매일신문

[한 권의 책] 에스퀴스 선생님의 위대한 수업

LA 빈민가 초교 '성공 교육' 체험담

#1. 지난 16일 대구의 한 대안학교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가온학교라는 이름의 이곳은 비행이나 학교 부적응 등으로 인해 학교에 적을 두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교육기관. 한 자원봉사 교사가 1개월간 이곳 아이들과 함께하며 찍은 비디오를 보면서 기성 학교들이 포기한 아이들을 가슴으로 끌어안는 모습이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 그 자리에서 "○○이, △△가 몇 개월째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며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은 선생님이란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2. 연초부터 일본에서 들려온 유토리(餘裕·여유) 교육의 실패 선언은 충격적이었다. 학생의 자율성과 종합 인성교육을 중시한 유토리 교육은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는 슬로건 아래 2002년 공교육에 본격 도입됐다. 토요일 수업이 없어지고 초등학교에서는 학습량의 30%를 줄이고 숙제도 줄였다. 그러나 창의력을 길러준다는 명분으로 공부를 덜 시킨 결과 심각한 학력 저하 현상이 초래됐고, 일본 정부는 유토리 교육의 철회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에스퀴스 선생님의 위대한 수업(레이프 에스퀴스 글/추수밭 펴냄)'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사로 손꼽히는 LA의 한 초등학교 교사 레이프 에스퀴스가 쓴 교육 수기다. 22년간 LA빈민가에서 교편을 잡은 그의 제자들은 90%가 극빈층이자 제2의 언어로 영어를 배우는 이민가정 출신이다. 그러나 그가 길러낸 학생들은 표준화 시험에서 상위 1%에 들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렇게 가르쳐보니 되더라.'는 식의 일종의 교육 체험담 격인데,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점차 바뀌어가고 그 또한 아이들과 더불어 하나하나 깨달아가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다. 처음에는 미국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쯤으로 여겼지만 공감가는 대목이 많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당신이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이 착하게 행동하고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면 당신이 먼저 아이들이 지금껏 만나 본 사람 중 가장 착하고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속이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 아이들은 그런 쪽으로 굉장히 눈치가 빠르다.'

에스퀴스 선생은 책 속에서도 이렇게도 말한다. 정직성, 도덕성, 관대함 같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절대 표준화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왜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보지 못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점수를 조금 더 올리는 것이 오히려 쉬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그가 무작정 인성 교육만 강조하는 교사는 아니다. 그가 아이들과 수학, 역사, 과학, 경제 수업을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는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자율과 타율은 교육에서 중요한 이념이다. 타율성을 강조하는 교육시스템 아래에서는 제도(학교) 안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책임은 전적으로 학생 개인의 것이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교육시스템은 제도를 허묾으로써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한다. 기실 이념이야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닐까. 교사에게 학생들을 위한 애정과 바른 길로 이끌려는 진정성이 있다면 자율이냐, 타율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이는 부모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1. 책 속에서 에스퀴스 선생은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강조하고 있나.

2. 에스퀴스 선생과 같은 교육법을 우리나라 교실에 적용한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3. 일본 유토리 교육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가. 반대로 주입식 교육에 치우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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