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알짜'와 '껍데기'

지난해 매출 4천200억 원을 기록한 모보그룹 자회사인 (주)엠비(MB)메탈이 대구 달성2차 공단으로 본사를 이전키로 했다. 엠비메탈의 본사 대구이전은 자동차부품업체인 달성공단 내 한국성산과의 합병도 있었지만 경북이 고향인 모보그룹 회장의 '고향사랑'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본사를 이전하기 위해 서울에 기반을 둔 이사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성사시켰다.

대구시에는 지난 6개월간 10여 개의 외지기업이 본사를 이전했거나 투자계획을 밝혔다. 모보그룹 처럼 고향에 대한 애정으로 투자한 기업도 있겠고 IT 등 특정분야에서 대구의 앞선 산업인프라 때문이나, 대구시의 인센티브 때문에 투자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렵사리 유치한 역내 기업들이 많이 떠나기도 했다. 지난 1년 동안 상장기업만 해도 매각·M&A 등으로 10여 개사가 수도권으로 이전했다. 대구의 스타기업으로 선정됐던 코스닥 상장업체 디보스(LCDTV 전문제조업체)는 구미에서 대구로 본사를 옮겨온 지 1년 6개월 만에 수도권업체에 팔렸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경산의 농산물 전문 업체 도들샘, 칠곡의 코스닥 상장업체 퓨어나노텍(모터펌프 전문제조업체)도 최근 서울로 본사를 옮겼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식경제자유구역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투자유치에 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특히 '산업파이'가 작은 대구시는 이른바 '특혜시비(인센티브)'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유치에 '올 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옥석'은 구분해야 한다. 대구로 이전한 지 1년 6개월 만에, 그것도 입주하기 위해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노른자위땅에 입주한 기업이 단지 경기악화 때문에 수도권으로 떠났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성서산업단지 제조업체 한 사장은 "지역에서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며 수십 년간을 묵묵히 일해왔는데 솔직히 요즘 외지에서 이전해오는 기업을 보면 소외감이 든다."고 했다.

국가 간은 물론 국내 지자체 간에도 치열한 투자유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서는 대구권으로 투자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외국 투자가들이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기업환경이 좋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보다 더 앞선 인센티브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옥석'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우수기업을 선별하고 특혜시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검증은 확실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구시가, 아니면 지역 기업지원기관에 '기업분석' 능력이 있는가. 글쎄다. 이전 기업 중에는 노른자위 공장용지를 분양받기 위한 투기목적으로, 아니면 인센티브가 탐이 나서 들어오는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 지역 업계에서는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대구시는 투자유치에 목마른 만큼, 먼저 기업분석 전문가를 키우고 토박이 기업들이 소외감을 갖지 않도록 엄밀한 검증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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