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40년] (4.끝)베트남 현지법인 '포스코-베트남'

동남아 거점 프로젝트, '글로벌 생산기지 꿈' 영근다

한국을 넘어 중국, 인도 등 국경 없이 뛰고 있는 포스코의 글로벌화는 무엇을 지향하고 있을까? 포스코의 현지법인 '포스코-베트남'의 남식(52) 법인장은 "원료와 시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 않고 가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세안(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시장을 잡기 위해 우리는 베트남에 왔다."고 현지 진출의의를 설명했다.

원료를 찾아 인도로 갔다면, 시장과 고객을 찾아온 곳이 베트남이다. 포스코맨들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고, 또 선두에 서려면 국경이나 민족 인종 환경 따위는 장벽이 될 수 없다."며 세계시장을 뛰고 있다.

◆포스코 특유의 불도저식 공사

베트남 호찌민 동남쪽 80㎞쯤에 있는 바리아 붕따우성 뜬탄(Tuntan)현 제2 푸미(Phy My) 공단. 얼마 전까지 새우양식장과 물에 잠긴 잡목이 무성한 늪지대였던 이곳은 요즘 간척을 통해 공장부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매립지 비포장 길을 15분쯤 달렸을 무렵, 멀리서 공장 건설을 위해 파일을 박는 크레인의 항타(抗打)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5분여를 달리자 수백 개의 파일이, 봄날 대밭의 죽순처럼 끄트머리를 내민 채 땅바닥에 박혀있는 공사현장이 펼쳐졌다.

현지인 가이드는 "한 달 전만 해도 부지조성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변했나?"라며 "냑 니엔(놀랍다), 끼 가(기적이다)."를 연발했다.

부지면적 160만㎡(54만 평)의 베트남 냉연공장. 포스코는 이곳을 동남아의 거점으로 한국-중국-베트남-인도-미국-멕시코를 잇는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의 꿈을 키우고 있다.

푸미공단 냉연공장은 지난해 8월 착공해 지금까지 모두 8천700개 지점에 45m 이상 깊이로 파일을 박는 공사를 했고, 지난 16일부터 지상공사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120만t의 냉연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공장 바로 옆 폭 500m의 티바이 강변에 전용부두를 건설하는 총투자 규모 11억 3천만 달러짜리 투자사업이다.

이 공사는 말 그대로 '포스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파일을 박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공장 건물을 짓는 건축공사를 하는 불도저식 공법은 포항·광양제철소를 지을 때와 똑같다. 이를 통해 이미 공기를 20일가량 단축했다.

포스코건설 임재신(48) 현장소장은 "우기가 시작되는 4월 이전에 외부 건축공사를 마치고 5월에는 크레인 설치, 6월부터는 기계·전기 공사 시작, 내년 4월 시운전 및 9월 상업운전 개시라는 계획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성관 상무는 "베트남은 연간 7∼8%의 고도성장을 이어가는 나라로, 한국의 포스코가 먼저 주도권을 잡았다는 점이 중요한 사실"이라고 했다. 이구택 회장은 물론이고 박태준 명예회장과 유상부 고문 등 포스코 최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현장을 찾고 있는데서도 포스코가 이곳에 기울이는 노력과 열정·관심을 알 수 있다.

◆일관제철소까지 '스타트' 임박

호찌민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백화점과 오피스텔·아파트가 함께 들어있는 '다이아몬드 프라자'라는 22층짜리 주상복합 건물로, 소유·경영주는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건설이다. 또 푸미공단 냉연공장 건설은 지난 연말 베트남 10대 뉴스 가운데 네 번째에 오를 만큼 현지에서도 큰 화젯거리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포스코는 현지에서 최고 기업으로 통한다.

한국기업의 베트남 사업이 초기 봉제공업에서 신발→가전→건설로 업그레이드를 거듭한 끝에 인력과 기술 및 자본의 집약산업으로 전후방 연관산업의 동반성장 유도효과가 큰 포스코의 철강업으로 확대되자, '코리아'가 갖는 명품 이미지는 더욱 높아졌다. 호찌민에 와서 취업준비 중이라는 하노이 공대생 탄 옌(22·여) 씨는 "내년 가동 예정인 푸미 냉연공장과 현재 준비단계인 일관제철소 등 포스코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것은 대부분 대학생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베트남 프로젝트는 냉연공장에 그치지 않고 일관제철소 건설로 확대될 계획이다. 포항, 광양, 인도 오리사에 이어 네 번째로 추진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지난해 포스코와 베트남 비나신그룹 간 MOU 체결로 구체화되고 있는 일관제철소는 그동안의 사전조사를 통해 입지를 나짱 인근 반퐁공단으로 정하고 착공을 위해 베트남 정부와 세부 의견 조율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모두 58억 달러가량을 들여 광양제철소 규모로 만들 일관제철소 건립계획은 조만간 임원토론회와 이사회 결의를 통해 구체화, 공식화될 것"이라며 "베트남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입장이 확고해 인도제철소보다 진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는 세계 철강사에 유례가 없는 거대제철소 공사를, 그것도 외국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전대미문 역사(役事)의 주인공이 된다.

남식 법인장은 "해외 제철소는 포스코건설, 포스에이씨, 포스데이타, 포스콘 등 계열사 힘까지 합쳐 만드는 것으로, 인도·베트남 구분 없이 포스코 40년 기술의 총아로 태어날 것"이라며 "포스코 중심의 세계 철강사 주류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자평했다.

"세계를 순수 우리 기술로 지은 생산기지로 연결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하는 현지 포스코맨들에게서는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베트남 푸미공단에서 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 포스코 신화 떠받치는 계열사

지난해 2007년 시무식에서 이구택 회장은 포스코를 '그룹'이라고 표현했다. 이때의 '그룹'은 개인 재력을 앞세워 문어발식으로 여러 분야로 진출하는 재벌(財閥)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집단을 일컫는 말.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철강전문기업 '포스코패밀리'의 실체를 스스로 드러낸 것이었다.

지난해 포스코그룹은 모기업 포스코와 계열사(포스코 내부용어로는 '출자사'다)를 합쳐 매출 31조 원, 영업이익 5조 원을 달성했다. 국내 대기업집단 서열로 따지면 5, 6위권에 해당한다. 포스코가 세계 최고 철강기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20여 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의 역할이 포스코만큼이나 컸다.

공식적인 포스코 계열사는 모두 22개다. 올해 공개가 추진되는 포스코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순위 6위다. 포스코특수강(옛 창원특수강)과 포항강판을 묶어 이른바 계열사 빅3로 분류한다.

한국의 와이브로를 국제표준으로 만든 포스데이타, 자동화 및 산업기계 정비·내화물제조·정비를 담당하는 포스콘·포철산기·포철기연·포스렉은 제철 설비기술 개발과 발전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요즘은 모든 산업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포스에이씨는 설계·감리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기업. 또 포스텍(포항공대)·RIST·포스텍기술투자·포스코경영연구소 등은 신기술과 경영이론개발 등에서, 포스코파워(연료전지)·포스메이트(부동산 임대, 관리, 용역 등)·포스코터미널(물류) 등은 새로 '뜨는' 기업들이다. 삼정피앤에이, 에스엔엔씨, 포스코아, 승광(승주컨트리클럽) 등도 포스코그룹의 중추적 기업이다. 이 밖에 청암재단과 포스코교육재단, 포항·전남프로축구단 등은 공익적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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