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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탄소배출권 시장과 기업의 역할

지난해 12월 3일부터 15일까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1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2012년 이후 기후변화협상의 기본방향 및 일정을 담은 발리 로드맵이 채택됐다.

발리 로드맵은 그간 교토체제 동참을 거부해 온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그룹(Annex 1)과 우리나라, 중국, 인도 등을 포함한 개도국 그룹(Non-Annex1)이 향후 2년간의 협상을 통해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량과 감축방향을 최종 결정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EU와 일본만 참여해 불완전했던 교토 체제가 발리 로드맵을 통해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많이 해소되었다는 데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발리 로드맵은 그간 전력, 정유, 에너지 관련 기업 등 몇몇 분야 종사자와 관련학계 등을 제외하고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탄소배출시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더욱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이다. 연간 탄소배출량이 1990년부터 2005년까지 불과 15년 만에 2배가량 (98.7%) 늘어 증가율이 중국(124%)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탄소 배출량 규모도 전세계에서 6위로 우리의 경제규모가 10위권인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많은 편이다. 이 기간 동안 대다수 EU 국가들의 탄소배출량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에너지 다소비 경제시스템을 갖고 있다 보니 2013년 우리나라가 감축 의무국으로 편입됐을 때, 경제에 미칠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이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의무감축대상국인 선진국그룹 즉, '부속서1 (Annex 1)'그룹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나라 기업들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개발에 착수하는 시기가 늦춰지고, 세계 탄소시장을 선점할 기회도 적어진다는 측면에서 아쉬운 생각도 있다.

탄소 배출권 시장에서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들이 뜨겁다. 에너지다소비 산업분야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이나 작업공정을 개발하고, 신재생 에너지기업은 전세계 곳곳에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단지를 세워 얻은 배출 크레딧(CER)을 전력회사 등에 매각하고 있으며, 일본의 미쓰비시 등 종합상사들은 자체 CDM(청정개발체제) 프로젝트나 배출권 중개사업을 통해 이미 고수익을 얻고 있다. 탄소시장관련 유료 정보제공, 컨설팅 전문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금융기업들은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를 서둘러 만들고 있다.

세계탄소시장의 규모는 2006년 301억 달러에서 2010년에는 1천50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급팽창하고 있는 탄소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주축은 정부가 아닌 기업들이다.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독창적인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등 새롭게 열리는 탄소시장을 개척하는 핵심적인 역할은 기업이 맡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CDM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중국 등 아직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국가에서 탄소배출을 줄여 인정 받은 크레딧을 감축의무가 있는 선진국에 판매하는 CDM프로젝트의 경우 UN에서 발행한 크레딧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인도, 중국에 이어 3위이다. 대구지역에서 진행된 대표적인 CDM 프로젝트로는 대구시와 대성그룹 계열사인 대구에너지환경㈜이 공동 추진한 대구 방천리 위생매립장의 매립가스 자원화 사업을 들 수 있다.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해 연료로 활용하는 이 프로젝트는 이미 UN에 등록되어 연간 40~50억 원가량의 배출권 판매가 가능해졌다.

필자가 경영하는 대성그룹은 또, 몽골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해 사막을 녹화함으로써 크레딧을 인정받는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탄소시장 진출을 목표로 그룹내에 DIRECT라는 이름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의 기업들도 탄소시장의 급성장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는 탄소시장 진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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