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상식

주유소에서 경유와 등유를 함께 파는 걸 보면서 했던 생각이 있다. "겉모습에 차이가 없어 뵈는데 혹시 저걸 섞바꿔 넣는 경우는 없을까." 제조원가는 비슷하다고 하나 붙는 세금에 차이가 있는 만큼 경유 넣네 하면서 자동차에 등유 주입하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해서 상상한 것이다.

미국 보잉사가 우리나라에 F-15K 전투기를 한 대 공짜로 주겠다고 스스로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해까지 40대나 사 주는 데다 앞으로 20대를 더 사기로 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인 듯하다는 분석이 덧붙여졌다.

하지만 동네사람끼리 하는 부조도 아니고, 어떻게 대당 1천억 원이나 하는 비행기를 거저 주겠다는 것인지, 아무래도 미심쩍었다.

농촌지역 도로를 보면서 늘 품게 되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차로는 저렇게 잘 포장해 놓았으면서 사람이나 경운기 다닐 레인은 왜 배려조차 하지 않았을까. 저 모습이 정상적인가, 아니면 그걸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 마음이 정상일까."

여러 의심이 들어도 더 이상 파고들지 않고 대충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지나치기 일쑤인 게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나다 보면 가끔씩은 그 의문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었음이 밝혀질 때가 있다. 경유-등유를 섞바꿔 파는 주유소가 실제로 여러 군데 적발됐다는 어제 날짜 보도도 그 한 예이다.

F-15K 공짜 기증과 관련해서도 수백억 원 하는 다른 회사 제조분 엔진을 제외한 보잉사 자체 제조분 기체만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고, 그마저 다른 속셈까지 깐 것 같다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농촌 도로의 문제점 또한 시민단체들은 물론 국도 건설'관리 기관인 국토관리청도 공감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때문에 심지어 국가인권위는 농촌 차별 개연성에 대한 조사까지 착수했다고 했다.

뭐라고 곧바로 논리를 만들어 대지는 못할지라도 육감으로나마 "저거 좀 이상한데…" 하고 느끼도록 하는 그 잣대 혹은 판단력이 흔히 말하는 '상식' 아닐까 싶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영감에서 나온다면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지켜나가는 힘의 원천은 이 상식일 것이다.

근래 들면서 이것저것 돌아가는 품새가 몸에 안 맞는 갑옷 입은 양 덜거덕거리는 일이 많아졌다. 상식을 벗어났는지 살펴야겠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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