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구 권력 '파워 게임'

노대통령 "정부조직법 거부권"…한나라당 "몽니 부리지 말라"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신·구 권력의 충돌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일정상 새 대통령 취임전 재의결이 어려워 자칫 장관없는 정부가 출현할 수 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임기가 꼭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구 권력이 새 권력의 국정 운영 구상을 근본부터 흔들며 사실상 전쟁을 선포한 셈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21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 조직 개편안은 다수 부처 통폐합이란 대수술에도 불구하고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합의 도출 가능성이 높았다. 통합신당이 원내1당이지만 4월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국민들이 반기고 있는 개편안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 힘든 처지인 것. 그래서 통일부 존치 정도로 국회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끼어들면서 복잡해졌다. 노 대통령이 "내 철학, 내 소신과 충돌하는 개편안"이라고 규정해 한나라당에 원안 통과를 고집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인수위는 공식 반응을 유보했다. 대신 한나라당이 나서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노 대통령을 비난했다.

청와대의 강수에 불편해하는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이다. 대선 참패 이후 총선에서 살아남기를 화두로 삼아 '노무현 색깔 빼기'에 골몰하고 있는 마당에 노 대통령이 자당을 편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국회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인데 대통령이 공연히 거부권 얘기를 꺼내 우리 입장만 난처해졌다."고 말했다.

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이 합의안을 도출하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명분은 없어진다. 거부권을 행사해도 양당의 의석수(267석)가 재의결 정족수(199석)보다 훨씬 많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일정이 빠듯해 2월 25일 정부가 출범하기 전 재의결이 사실상 어렵다. 국회로 공이 넘어간 정부조직개편안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공무원들은 물론 국민들도 주시하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