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아닌 분들과 만나보면 외과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학식이 많고 적음도 상관이 없다. 믿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분들이 뱃속의 위나 간, 대장, 췌장 등을 자르고 붙이는 수술을 '내과'에서 한다고 오해를 한다. 내가 외과라고 소개를 먼저 하고 나서 주로 위나 장의 수술, 또는 위암 수술을 한다고 하면 "아니, 그러면 내과잖아요?"라고 오히려 나에게 되묻는 분이 절반은 훨씬 넘는다. 내과의 '내(內)'자가 한문의 '안'이라는 뜻이니 뱃속 수술은 당연히 내과에서 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외과'는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다시 물으면 외과도 역시 '수술하는 곳'이라고 대답들을 한다. 아마 외과는 한문의 '외(外)'자 때문에 '바깥쪽'의 째지고 터진 곳, 즉 외상만을 수술하는 곳으로 잘못 여긴 듯하다. 우리와 같이 한문을 쓰는 일본과 중국도 내과와 외과라는 용어를 쓰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분히 동양적인 부분이 있다. 음과 양의 사상을 가진 대칭적 사고로 인해 주로 약물로 치료하는 내과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수술로 치료하는 과를 외과라고 한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영어에서 내과(internal medicine)는 직역을 해도 '내부의학', 즉 내과다. 그런데 외과(surgery)의 경우는 영어를 번역하면 '수술과'가 된다. 그렇게 보면 영어에서 훨씬 더 직관적이고 '외과'의 정체가 확실하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대중의 오해를 바로잡고자 난데없이 '외과'에서 '수술과'로 이름을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엉뚱한 오해를 나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이제껏 대중에 소개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방송에서 크게 인기를 끈 의학드라마들이 많이 있었고 상당수는 드라마의 속성상 '극적'인 외과를 소재로 했었다. 과거의 '종합병원'에서부터 최근의 '하얀 거탑' 등등이 모두 외과를 무대로 한 것들이었다. 주인공이 외과의사이다 보니 '외과'라는 말은 귀가 따가울 만큼 많이 나왔다. 그러면서 외과에서 '외부'의 유방, 갑상선, 팔과 다리의 혈관 수술뿐만 아니라 '내부'의 위, 간, 쓸개, 췌장, 대장, 대동맥 등을 수술하는 장면들이 계속 나왔다. 가히 외과에 대한 홍보영화라 할 정도로 폭 넓고 상세히 다루었고 시청률도 대단했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머릿속에는 외과의 실체가 확실히 각인됐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나만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방송을 재밌게 본 사람들은 주인공이 외과 의사였다는 것과 주인공이 간 수술을 하였다는 각각의 사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외과에서 간 수술을 한다고 말하면 "어? 외과에서 어떻게 간 수술을 해?"라고 태연히 되묻는 놀라운 사실을 나는 지금도 마주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바깥 '외(外)' 한 글자의 고정관념 때문에 외과가 받는 오해에 대해 길게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또 다른 고정관념으로 인한 에피소드도 있다. 일전에 절친한 산부인과의 선배 교수께 "여자환자들이 유방암 검사를 하러 부인과를 찾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게 정말입니까?"라고 내가 영역을 따지듯 농담을 던졌다. 그 말을 받아서 선배는 "허허, 유방질환이라고 꼭 외과에서만 봐야 되나? 여자 가슴에 있는 것이니 부인과에서 해도 안 될 건 없지!"라고 응수를 했다. 그랬더니 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던 흉부외과의 교수(심장수술 전문)께서 우리 두 사람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가만, 이 양반들이 듣자듣자 하니까 자기들끼리 못하는 말들이 없네? 그게 위치가 어디야? 흉부에 있는 것이면 당연히 흉부외과로 와야지!"
이렇게 우리끼리는 가볍게 농담으로 주고받지만 사실 환자들은 너무나 혼란스럽다. 의료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오해는 모두가 의료인의 몫임을 우리는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정호영(경북대병원 외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