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은 크게 자연하천, 운하형 하천(canalized river), 인공운하(canal)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자연하천을 잇는 인공운하에는 첨단기술을 동원한 특수시설이 필요하다. 수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 같은 첨단 갑문들은 관광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이 가운데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폴커크 휠과 벨기에 몽스(Mons)의 선박 리프트 등을 꼽을 수 있다. 2002년 5월 완공된 폴커크 휠은 세계 유일의 회전식 선박 리프트로 포스 앤 클라이드(Forth and Clyde)운하와 유니언(Union)운하를 연결한다. 대칭형인 35m 크기의 휠이 선박을 실은 채 시계방향으로 회전, 높이 차이가 다른 두 운하를 쉽게 오갈 수 있다. 하지만 수위 차이가 50m가 넘는 낙동강-한강 연결구간에는 적합하지 않아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벨기에의 선박 리프트를 찾았다.
브뤼셀에서부터 1시간여 동안 줄곧 평지만 달리던 도로가 내리막길로 접어들자 T자 형태의 거대한 시설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현대식 선박용 엘리베이터인 '스트레피-티유 보트 리프트'(Strepy-Tieu boatlift)이다.
이 리프트는 에스코(escaut)강과 뫼즈(meuse)강을 잇는 상트르운하(canal du centre·21㎞)의 현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1982년 착공, 2001년 5월 임시개통한 뒤 2002년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 공사비는 5억 유로(약 7천억 원)가 들었다. 리프트는 물이 들어있는 컨테이너(가로 12m 세로 112m 수심 3.75m 총중량 8천t)에 선박을 싣고 양쪽 연결지점의 수위 차이 73m를 6분 만에 오르내린다. 운하를 통행하는 선박 크기는 유럽규정 ⅳ급(1천350t)이지만 리프트는 Va(2천t) 수준으로 설계됐다.
높이 117m, 총중량 30만t의 엄청난 덩치이지만 작동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컨테이너가 올라가면 1천t짜리 균형추 8개가 내려오는 방식이다. 따라서 평균 전기소비량도 100㎾h에 불과하다. 컨테이너는 리프트 상부 기계실에 설치된 144개의 케이블에 의해 조종·지지된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리프트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았던 구스타프 맘파에이(Mampaey·59) 씨는 "리프트는 리히터규모 5.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건설했다."며 "교통량은 하루 15회 운행해 연간 200만t 정도이지만 최대 수용능력은 연간 1천만t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근에는 새로운 리프트가 완공되기 전 사용했던 소형 리프트와 현재도 사용되고 있는 롱퀴에르 인클라인(Ronquier incline)이 독특한 형태를 자랑한다. 19세기 말 산업발전을 상징하는 옛 리프트는 4개의 수압식 리프트(수용규모 300t)가 각각 25m씩 올라가는 형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새로운 리프트를 사용하면서 현재는 바지선이 다니지 않지만 스트레피-티유 리프트와 함께 해마다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다. 브뤼셀-샤를르와(Charleroi)운하에 있는 롱퀴에르 인클라인은 1968년 완공됐다. 완만한 경사에 철로를 깔아 배를 밧줄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67.5m 높이 차를 오르내리는 데 45분이 걸린다. 스트레피-티유 리프트를 오가는 크루즈여행상품(22유로)도 마련돼 있다.
마크 미슈(Michaux·52) 왈룬(Wallon) 지방정부 건설교통국 수석 엔지니어는 "벨기에는 1950년대 초반부터 수로의 현대화를 추진해오고 있으며 상트르운하의 경우 2015년까지 2천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과거 석탄운송용이었던 운하는 이제 유럽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벨기에 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너무 많은 건설비용에 대한 비판은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 대규모 운하를 착공한다면 반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한국에서도 검토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사전준비와 연구가 뒷받침돼야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벨기에 몽스에서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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