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정부 영어교육…교육계 거센 논란

영어 만능…준비 안된 학교…사교육만 배불려

"영어 만능주의 아닌가?"

대통령직인수위가 현재 중2 학생이 입시를 치르는 2013학년도부터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수능 영어를 대체하고, 영어로 일반 과목을 지도하는 영어 몰입교육 도입안을 발표하자 교육계 안팎에 논란이 거세다.

◆사교육 시장 팽창 불보듯

"한국을 온통 영어광풍으로 몰아넣는 정책이 될 것 같아요." 한 교육전문가의 말처럼 인수위의 영어교육 정책이 던져주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어능력평가시험이 대학 입시에 반영될 경우 고교생은 물론 초·중학생의 영어 사교육을 더욱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일부 영어 학원은 인수위의 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과 영어 몰입교육안이 발표되자 벌써부터 회화 위주로 강좌 개편 작업에 들어가는 등 기대에 찬 분위기다.

대구의 한 영어담당 교사는 "독해 중심의 현행 학교 영어 수업방식으로는 말하기, 쓰기가 추가되는 영어능력평가 시험을 대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걱정했다.

영어 몰입교육도 결국 사교육 시장 팽창을 조장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한 반 40여 명의 학생들 가운데도 영어 수준 차는 매우 크다."면서 "영어로 수학, 과학, 사회 수업까지 진행한다면 수업 내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학생도 많고, 이는 학교 수업을 따라잡기 위해 또다시 영어학원에 다녀야 하는 결과를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단기 유학이나 방학 중 어학연수 등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 시스템은 아직 초보단계

영어 전담 교사나 영어 몰입교육에 필요한 수업 지도안 등 기반이 태부족인 교육 현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영어능력평가시험과 몰입교육 강행은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대학에서조차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영어 몰입교육이 과연 초·중·고교 과정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찮다.

영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교원도 태부족이다. 대구의 초등학교 영어 전담 교사는 360여 명으로 학교당 2명이 채 안 되는 실정. 이태열 대구시 교육청 초등장학관은 "교육부 차원의 계획이 나와야 하겠지만 음악, 미술, 체육 등 어려운 개념이나 원리가 크게 나오지 않는 과목부터 조금씩 늘려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교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박재흥 대구시 교육청 중등 영어담당 장학사는 "이제 겨우 영어 과목에서 영어로만 진행하는 수업이 가능한 수준이고 다른 과목은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는 교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예식 경북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교사 연수만으로는 단기간에 회화, 쓰기 중심의 수업 전환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영어 활용 능력이 높은 교원을 확보하는 일도 장기적인 사안"이라며 "우선 다양한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온라인 강좌나 화상 강좌 등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kjk@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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