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여신은 한국을 외면했다. 전'후반에 연장까지 80분간의 혈투에도 34대 34. 승부는 마지막 승부던지기에서 가려졌다. 운명의 승부던지기. 한국의 2번째 슈터 맏언니 임오경과 3번째 문필희의 슛이 덴마크 골키퍼에 막혀버린다. 그래도 한국으로서는 후회 없는 한판이었다. 세계 최강팀 덴마크 선수들도 우리 선수들의 투혼에 당황했으니까. 한국과 덴마크와의 여자 핸드볼 결승전. 평소엔 비인기종목이지만 올림픽 결승전이니만큼 전 국민들을 TV앞에 불러 앉혀 놓았다. 온 국민이 함께 울었고 핸드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고 선수들 개개인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졌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그걸 스크린에 옮겼으니 재미있을 수밖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란 제목의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의 투혼을 담고 삶과 사랑을 엮은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연기만큼이나 촬영에 쏟은 열정이 또 장난이 아니었다는 영화계의 이야기다. 출연 배우들이 세달 동안 주 4회, 하루 7, 8시간씩 몸 만들기 위한 기본 체력훈련과 함께 실전을 익혔다는 것이다. 스포츠에서의 승리만큼이나 영화에서의 감동도 결국은 그 진정성에서 얻어진다는 교훈을 준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TV 쇼 프로 같은 데 나와서 개다리춤이라도 췄더라면, 그랬더라면 이런 성적을 얻었겠나, 이런 감동을 연출했겠나 생각해 본다.
올 여름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태릉 선수촌의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곳에 한 TV 방송사의 쇼 프로그램 제작진이 촬영 협조를 요구해온 것을 이에리사 선수촌장이 "훈련에 방해가 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인기연예인 6명이 대표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촬영하겠다고 제안해 왔다니 스태프 등 50여 명이 1주일을 묵는다면 선수들의 집중도가 떨어질 것은 뻔하다.
골프의 타이거 우즈나 축구의 티에리 앙리, 테니스의 마리야 샤라포바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도 출연했던 프로였으니 방송사로서는 이 선수촌장한테서 한 대 맞은 셈이다. 선수들의 땀이 베이징에서 메달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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