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대중가요사, 특히 포크음악에 큰 획을 그었던 듀엣 '둘다섯'. 통기타로 대표되는 포크음악이 주류를 형성하던 70,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친구 자취방에 앉아 서투른 솜씨로나마 기타를 퉁기며 이들의 노래를 따라불러보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둘다섯'이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대표곡 '긴머리 소녀', '밤배', '일기', '얼룩고무신' 등은 어떨까? 행여 제목은 여전히 낯설지 몰라도 이 히트곡들을 찾아 들어보면 금세 '아!'하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둘다섯'의 창단 멤버였던 오세복(53) 씨가 경북 안동에 라이브 카페를 열었다. 안동 성곡동에 있는 카페 '밤배'는 안동댐 옆길을 따라 휴게소로 오르는 길 오른편에 자리잡고 있다. 안동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던 오 씨는 재작년 봄, 우연한 기회로 지인과 함께 안동에 놀러왔다가 개점휴업 상태로 있던 이 카페를 보고 첫 눈에 반했고, 이튿날 단박에 임대 계약을 맺었다. 입구에 '둘다섯 밤배'라는 간판만 붙여놓았을 뿐 정식 개업식을 한 것도 아니었고 여기저기 소문을 낸 것도 아니었지만,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로 밤 시간이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서울 토박이가 무대를 떠난 지 25년 여만에 안동에 자리잡기까지 사연도 많았다.
"서울 휘문고 한 해 선배인 이두진 씨와 '둘다섯' 활동을 한 때가 1974년부터 1980년까지였습니다. 음악 활동을 접고 미국에서 6년 넘게 생활하다가 음치교정을 배워서 다시 귀국해 음치클리닉을 연 때가 1987년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대박이었죠. 그 때까지만 해도 국내에 제대로 된 음치클리닉이 없었거든요. 제 손을 거쳐간 사람만 800여명에 이르고, 내로라 하는 정관계 인사들도 많았습니다. 우스개지만 저에게 노래를 배운 장성들만 별 수를 헤아려보니 31개더군요. 이후 사업도 하면서 이래저래 부침이 많았습니다."
이야기는 '둘다섯'의 대표 히트곡인 '밤배'로 이어졌다. '검은 빛 바다 위를, 밤배 저 밤배, 무섭지도 않은가봐, 한 없이 흘러가~네.' 이 곡은 오 씨가 동국대 1학년 여름방학 친구들과 목포에서 제주로도 여행을 가던 중 배 위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오 씨는 밤 바다를 지켜보며 9분 만에 곡을 지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 곡은 지난 2006년 다른 멤버인 이두진 씨가 경남 남해를 여행하던 중 직접 지은 곡이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남해군은 이 씨의 주장을 믿고 노래비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가 부른 히트곡, 아니 앨범에 담긴 거의 모든 노래는 제가 직접 작사·작곡한 겁니다. 저작권협회에 문의해도 알 수 있고, 현재 저작권료도 저에게 지급되고 있습니다. 자꾸 오해를 불러오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만 아직 별다른 대응은 않고 있습니다."
카페 '밤배'는 다음 달부터 정식 오픈하는 셈이다. 오 씨를 비롯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포크가수인 이미숙 씨, 김혜욱 씨가 매일 밤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고정 출연하는 것 외에 매주 금요일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가수들이 줄줄이 출연한다.
"소리새, 사월과오월, 신계행, 임지훈, 이승재 씨 등 한 때 포크음악의 주류를 형성했던 동료, 후배가수들이 이곳까지 찾아와 노래를 들려줄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자리를 빛내주면 고맙겠습니다." 054)821-7535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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