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금은 부의 상징이었다. 개인 뿐 아니라 국가도 금 보유량을 부의 척도로 삼기도 했다. 다른 소비재와 달리 금은 닳아 없어지지 않는 이상 영원히 재활용된다. 지금 갖고 있는 금 반지의 일부는 옛날 어느 왕의 금관을 장식했을런지도 모른다. 금은 화폐 가치나 장신구 뿐 아니라 산업에서도 알짜배기 금속으로 통한다. 인류와 함께 6천 년 역사를 살아온 금의 세계를 알아보자.
◇ 팔 때와 살 때 한 돈당 1만 2천 원 차이
결혼기념일을 앞두고 아내에게 목걸이를 선물하려고 귀금속 가게를 찾았던 하모(47) 씨는 그만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금 값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예상 가격보다 배 이상 차이가 났기 때문. 40cm 길이의 체인형 목걸이는 가격이 100만 원을 훌쩍 넘었고, 작은 펜던트라도 달려고 하면 120만 원 이상을 줘야 했다. 최근 중국에서 값싼 담수 진주가 대량으로 들어와서 진주 값이 일년 새 30% 가량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진주 목걸이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귀금속 가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금 거래가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친인척들의 돌반지 선물 등 꼭 필요한 상황인 경우에는 가격 부담이 커도 구입한다."고 했다.
하지만 금은 사고 나면 값이 떨어지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금 값이 올랐다고 집에 있는 금붙이를 팔려고 내놔봐야 시중에서 이야기하는 금 소매가격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금 시세가 아무리 올라도 살 때 가격와 팔 때 가격을 비교하면 손해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대구의 귀금속점이 판매하는 금 3.75g(한 돈) 가격은 10만 원. 하지만 고객이 가져온 금을 살 때 가격은 8만 8천 원 정도이다. 가게 관계자는 "매매 차익까지 계산하면 아무래도 고객이 금을 되팔 때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가 금 소매가를 결정한다. 런던 금 시장 가격보다 비싸다. 이유는 부가가치세와 마진율 때문. 19일 현재 순금(24K) 소매가는 1g에 3만 4천 133원으로 돈 단위로 환산하면 12만 7천 998원에 이른다. 실제 소매점들이 이 가격으로 파는 경우는 드물다. 현금 구매시 할인혜택도 주고, 마진율을 낮춰서 구매를 권하기 때문에 통상 10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 '골드 바'의 유혹
영화를 보면 나라마다 중앙은행 금고에 쌓아둔 금괴가 등장하고 이를 노리는 범죄 단체의 치밀한 작전이 펼쳐진다. 이런 막대 모양의 금괴를 '골드 바'라고 부른다. 순도가 99.95% 이상이면 순금이라 불리지만, 은행권에서 판매하는 골드 바는 순도 99.99%인 '포나인'(4 nine)'이다. '9'가 네 개나 있다고 해서 붙여진 포나인 골드는 다양한 크기로 거래된다. 일반적으로 금을 거래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돈, 서구에서는 온스(1 트로이 온스 = 31.1g)를 쓰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골드 바는 통상 그램 단위를 쓴다. 1kg부터 500g, 100g 등이 있으며 이보다 가벼운 것으로는 1 온스부터 1/4 온스, 1/20 온스 등 다양하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골드 바는 흔히 '킬로바'로 불리는 1kg짜리 금괴. 현재 은행에서 구입하려면 세금 및 수수료를 제외하고 금 값만 2천 700만 원을 내야 한다.
금 현물 투자는 자금 추적이 불가능하고 증여나 상속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이 상속 목적으로 사용한다. 국내 골드바 취급 은행들은 영국 LBMA(런던금시장협회) 인증을 받은 포나인을 UBS은행을 통해 들여온다. 막대모양의 금괴라고 해서 모두 정품 골드 바는 아니다. 금취급 전문점을 통해서도 골드 바 거래가 가능하지만 국제거래용으로는 통용되지 못한다. 골드바가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내려면 GDB(Good Delivery Bar) 마크를 획득해야 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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