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억여행]고드름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고드름 낙숫물을 피하고 있는데 춘범이 형이 뜬금없이 "거꾸로 자라는 것은?" 하고 묻는지 마는지 애매하게 중얼거렸다. 거꾸로 자라? 말뜻을 알기도 힘든데, 뭐가 거꾸로 자란단 말이야? 머리에 소 버짐, 왕 버짐을 얹어 다니는 소식이가 "연탄불!"하며 생각나는 대로 대답을 내지른다. 이에 질세라 "물구나무서기", "오징어"... 엉뚱깽뚱한 소리로 골목이 시끄러워진다.

조무래기들의 시답잖은 정답을 듣다 못한 춘범이 형이 "이기 뭐꼬?" 한심하다는 듯이 눈을 내려 깔면서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가리켰다. "고드름!!" "그래, 일마들아, 고드름 아이가?" "에? 고드름??" 우리는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고서는 "이기 우에 거꾸로 자란단 말이고? 히야가 봤나?" "그걸 꼭 봐야 아나, 일마들아" "거꾸로 자란다 카믄 고드름이 저 끈티에서 생긴단 말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 가당찮은 말이었다.

"그래, 일마들아. 고드름은 뾰족한 저 끈티에서 얼어가 지붕으로 올라간다 아이가, 일마들아" "히야,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그라, 그라마 지붕위에서 떨어진 물이 저 끈티에서 딱 서 있다가 고 담에 내리오는 물이 차게차게 쌓이가 지붕으로 올라간다 말이가? 물방울에 부레이끼 달맀나?" 조무래기들은 모두 헛방구 새듯이 갑자기 퍽소리가 나는 웃음을 질렀다.

"이기 죽을라 카나?" 춘범이 형이 주먹을 쥔 채, 눈엔 흰자위가 번뜩거렸다. 나중에 커서야 안 일이지만 춘범이 형이 제대로 설명을 못해줘서 그렇지, 눈이 내린 초가 지붕위에서 눈이 녹으면서 물방울이 줄줄이 떨어지다가 어느 빙계점에서 끝이 얼기 시작하면서 고드름이 생긴다는 거였다. 원인을 알고서도 '참 별일도 다 있다' 싶은 현상이었다. 하지만 공중에서 어는 고드름이 있는가 하면 정상적으로 지붕 끝에서 얼기도 한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습도나 온도, 바람, 물분자, 열역학 등에 의해 좌우되는 머리 아픈 얘긴데, 그걸 어떻게 춘범이 형이 설명 할 수 있겠나?

고드름 수수께끼 이후로 그 춘범이 형은 우리들에게 '부레이끼'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 부레이끼 형님은 어디에 사시는지...

고드름만으로도 우리들의 놀이는 즐거웠다. 크고 작은 고드름을 따서 고드름 키재기, 고드름으로 칼싸움하기, 고드름이 댕강댕강 분질러지면 그걸 입에 넣어 우두둑 우두둑 깨물어 먹었다.

날씨가 따뜻해서 고드름이 녹기 시작하면 고드름 총알놀이를 했다. 고드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총알이 되었다. 그걸 피해 다니다가 물방울 총알을 맞으면 "윽~"거리면서 총 맞는 시늉을 했다. 요리조리 물방울을 피해 다니다가 동시에 총알을 세 방 맞으면 한 번은 앞으로 고꾸라졌다가 또 한 번은 뒤로 제쳤다가 마지막엔 머리를 쥐고 주저앉으며 그야말로 를 하고 놀았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각시방 영창에 달아놓아요//각시님 각시님 안녕하셔요/낮에는 해님이 문안 오시고/밤에는 달님이 놀러 오시네(1절)

학예회 때 부르던 고드름 노래도 이젠 들을 길이 없다. 고드름을 잘 알기에 예쁜 여학생들이 부르던 그 고드름 노래가 속속들이 가슴에 남는 이유다.

눈 쌓인 지역의 지자체 겨울축제가 도시민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엑스포 과학공원 한빛탑일원에서 2월 17일까지 동동빛축제가 열린다. 겨울 분위기가 연출되어 눈사람, 별천지 은하수, 새(학), 구름, 산과 폭포 등이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얼음썰매지치기 등의 놀이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인제빙어축제가 2월3일까지 강원도 인제군 남면 부평리 소양호 일원에서 열리고 대관령 눈꽃축제가 2월6일까지 태백시 도암면 횡계리 일대에서 열린다. 우리 지역에선 이번 주 토요일(1월26일)엔 청송 얼음축제에 대구시내 100가족을 신청 받아 특별 무료 초대를 한단다. 문의: 746-0841~2 겨울철 얼음놀이로 신나는 추억을 만들어보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