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겨울은 별을 보기 좋은 계절이다. 귀가 떨어져 나가도록 추운 밤, 캄캄한 교외로 차를 몰고나가 이를 딱딱 부딪치면서 겨울 별자리들을 찾아본 적이 있다. 대기오염과 범람하는 네온사인으로 '별 볼일 없는' 도시를 조금 벗어나자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큰개, 오리온 같은 별자리들이 낮은 산의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걸려 반짝거리고 있었다. 저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몇억 광년이 걸린다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별은 필시 현실과 거리를 둔 신화나 전설, 동화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별을 바라보는 동안 윤동주의 시와 고흐의 꿈틀거리는 별과, 냇 킹 콜의 Stardust와 탄호이저에 나오는 저녁별의 노래, 알퐁스 도테의 별과 퐁세의 에스트렐리타 등 수많은 그림과 시와 노래들이 머릿속에 한꺼번에 총총히 떠올랐다.
고흐의 별은 밤의 내면을 속속들이 비추는 별이며, 도테는 수많은 별들 중에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은 지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저녁별의 노래는 종교적일 만큼 고귀한 정신적인 사랑이며, 냇 킹 콜과 퐁세의 별은 달콤한 낭만적 격정으로 다가온다.
별들은 우리들 감성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대변하면서 반짝거렸다. 컴컴한 시골길 귀퉁이에 차를 세우고 서서 밤의 신비로운 세계로 빠져드느라 추위도 복잡한 세상사도 잠시 잊어버렸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작은 별을 지니고 살 것이다. 별은 사람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로 각인되어 있겠지만, 반짝거리는 무엇을 하나 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살아갈 만한 것이라는 긍정론에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영웅 부재의 이 시대에는 많은 배우와 가수들이 스타로 등장하여 신화 속 영웅 이상의 환호를 받고 있다. 대중들은 이들에게 열광하면서 위로받고 대리만족을 얻으며 어떤 희망의 지표로 삼기도 한다. 이들이 진정 별이 되어 길 잃은 사람들을 인도하는 나침반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인지… .
겨울 별들은 물기 먹은 듯 그렁거리고, 멀고, 아득하고, 닿을 수 없어서 더 아름답다. 별은 진부한 현실을 넘어선 어떤 상징적이고 정신적인 것들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들 마음 한구석을 비추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별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서영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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