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간, 예술을 탐하다] ④비디오아티스트 임창민 교수의 비디오카메라 LCD 모니터

모든 세상사를 '3.5인치'안에

▲ LCD 모니터의 3.5인치 공간은 촬영자(혹은 예술가)와 세상이 교통하는 통로이다.
▲ LCD 모니터의 3.5인치 공간은 촬영자(혹은 예술가)와 세상이 교통하는 통로이다.

'3.5인치'

비디오 아티스트 임창민(37) 계명대 사진애니메이션학부 교수가 세상을 바라보는 비디오 카메라(소니 HVR-Z1)가 허락하는 공간이다. 임 교수는 이 LCD 모니터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녹화한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대상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전파신호로 바뀌고 이는 다시 디지털 테이프 위로 기록된다. 이렇게 담아낸 세상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가공작업을 거친 뒤 임 교수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0.54인치의 자그만 뷰파인더를 대체한 이 LCD 모니터는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낸다. 두 연인의 사소한 일상도, 화려한 결혼식도, 아이의 탄생과 성장이 소재가 되기도 한다. 사건·사고의 현장에서 이 LCD 모니터는 이를 생생히 기록한다.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감탄 내지 실망 또한 LCD 모니터가 거짓 없이 담아내야 할 몫이다. 예술가도 그 효용성을 놓치지 않는다.

역사의 증언을 담아내는 도구로 쓰고 불합리한 현실의 장애를 고발한다. 도심의 불빛을 애상적으로 그려내고 아름다운 동작을 포착한다. 임 교수는 이를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된 철학을 풀어낸다. 넘쳐나는 욕망을 이야기하고 절제를 강조한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반사가 있으면 흡수가 있다. '불교나 유교에서 다뤄지는 주제들'이 LCD 모니터 창을 넘나든다.

일반인이 이 3.5인치 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에서 의미를 찾아낸다면, 예술인은 이 창으로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세상'으로 가치를 부여한다. 드넓은 세상을 3.5인치의 꽉 막힌 공간으로 축소하는 행위, 아니면 3.5인치의 창을 통해 세상으로 자신을 풀어내는 행위, 우리의 삶도 분명 이 중 하나를 매 순간마다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3.5인치의 LCD 모니터, 이를 통해 담아내거나 풀어내는, 세상 이야기는 그래서 예술이자 일상이 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사진·사진가 송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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