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안미술관, 기획자 뺀 설치전…관람객과 직접 만나게

"작품전시? 작가 님들 멋대로 해보세요"

시안미술관이 2008년 새해 첫 전시로 특별함을 택했다. 지난 11일부터 4월 27일까지 열리는 '너에게 바투 서서-Close To You'라는 아주 독특한 제목의 전시회이다. 대규모 설치미술전인 이번 전시회는 전시의 중심에 작가를 두었다. 전시 주제에 관심이 모아지다 보니 기획자가 주인공이 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간단히 말하면 작가들이 기획자로서의 역할도 맡은 것으로,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 6인이 각자의 공간에서 작품을 연출했다. 이헌정(야외 조각공원·1층 글래스뷰 전시실), 이이남·노상동·안종연(1층 1전시실), 안종연(2층 2전시실), 배동환·안종대(3층 3전시실) 씨가 '각기 다른 세계와 양식적 특성'을 선보인다.

변숙희 관장에 따르면 "작가들이 저지레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6개월이 넘게 걸린 준비기간을 모두 작가에게 내주었다는 얘기이다.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은 기획 의도상 한계로 인해 설치작업전이란 점 이외에는 통일성이 높지는 않다. 전시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강선학 씨는 이것을 '다각성'으로 표현하고 "다각적 충돌을 전제로 한 비켜나기 혹은 엇갈리기, 분절이 이 전시의 얼굴"이라며 전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미술관 측은 기획자 없이 작가가 직접 전시를 함으로써 작가·작품·관람객이 서로 3인칭이 아니라 '서로 바투 서서 대하면서 2인칭(너)으로서 서로 일체성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작가가 기획자 역할을 병행하는 것은 한국의 현실에서 그리 독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술관 공간을 작가에게 내준 것은 의미가 있다. 작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놔둘 때 어떤 작품이 탄생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다. 야외 조각공원의 땅을 파헤치고, 보리를 심어 그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이헌정 씨의 작업은 특히 미술 관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3월말 예정된 특별 행사인 '뉴욕 평론가, 큐레이터 그룹 초청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다는 점도 이번 행사의 큰 의미이기도 하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전시 기획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기획사 '오픈-워크(OPEN-WORK)'(디렉터 한동신)사와 공동기획으로 열리는 행사. '한국 현대미술 어디까지 왔는가?'(가제)라는 주제로 열리는데 변 관장은 "뉴욕의 주요 평론가와 큐레이터 그룹 수십 명이 참가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054)338-9391.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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