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잔금 늦춰달라" 아파트 입주 발목잡는 세금

차기 정부의 거래세 인하 방침에 따라 입주 임박 아파트의 잔금 납부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거래세 인하폭이 상당한 만큼 올 상반기 입주를 시작하는 입주 가구들의 경우 취·등록세 절감을 위한 '잔금 유예'나 '입주 지연' 민원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택업체들은 "1년 전 취·등록세 인하 때에도 잔금을 미루거나 이미 납부한 잔금을 되돌려달라는 민원이 입주 단지마다 제기돼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며 "거래세 인하 시기가 빨리 결정되지 않으면 또다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대구 지역의 경우 올해 입주 예정 아파트가 3만 가구를 넘어서고 있어 취·등록세 절감에 따른 혜택을 입는 입주민이 많은 만큼 논란 폭도 클 것으로 보인다.

◆연체료 물더라도 입주는 늦게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발표한 거래세 인하가 시행에 들어가면 현행 매매 가격의 2%대인 취·등록세는 1%로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4억 원인 아파트의 경우 법 개정 이전 입주를 마치고 취·등록세를 납부하면 농특세와 지방교육세를 포함해 2.7%인 1천 80만 원의 거래세를 납부해야 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세금 납부액이 예전의 절반인 540만 원이나 줄어들게 된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큰 금액이다.

이에 따라 입주 시기가 다가온 단지는 물론, 지난해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잔금을 납부하지 않은 가구들의 경우 법 개정 이후로 입주를 미룰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잔금 연체에 따른 이자율이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12%~15%인 것을 감안하면 거래세 절감 효과를 위해 잔금 일부를 남겨두고 연체료를 감수하는 가구들이 많을 것"이라며 "단지에 따라서는 집단적으로 잔금 납부시기 연기를 요청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2006년 정부가 취·등록세를 4%대에서 2%로 인하했을 당시 입주 단지마다 잔금 납부 유예와 입주 시기 조정을 요구하는 집단 민원이 쇄도하면서 해당 건설사마다 곤혹을 겪었다.

◆건설사는 이중고

주택업체들은 정부가 거래세 인하시기를 발표한 만큼 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분양 사태로 가뜩이나 입주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세 인하에 따른 입주 지연까지 더해질 경우 주택업체 입장으로서는 상당한 자금 부담을 떠안게 되는 탓이다. 대구 지역의 경우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단지가 2천 800가구, 내달까지 입주 시점이 도래하는 단지는 3천 100가구다. 또 입주 시기는 건설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1개월에서 3개월까지 인정해주고 있다.

화성산업 도훈찬 영업이사는 "내달 국회에서 거래세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고 상반기 이후로 연기되면 입주자나 건설사 모두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현재도 건설사의 경우 주택 경기 침체에 따른 입주 지연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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