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몸으로 말한다] 타투, 양지로 나오다

문신, 보디페인팅, 몸짱…. 몸은 이슈이고 화두이다. 몸으로 표현하고 말하는 시대이다. 몸과 정신은 따로 분리할 수 없지만 정신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몸이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무기'로 떠오르고 있는 몸을 조명했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는 이젠 옛말에 불과하다. '신체발부수지자신(身體髮膚受之自身)'의 시대가 왔다. 최근 문신이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으로 인식되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고 있다. 문신 열풍의 진원지는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이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각각의 사연을 담고 문신 행렬에 동참하면서 그들을 추종하는 엄청난 팬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현주 대구보건대학 뷰티코디네이션과 교수는 "아파하면서도 문신을 새기는 이유는 영원성을 잡고 싶은 욕망이자 원시시대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당당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문신 열풍의 현장을 찾았다.

▶개성과 패션의 표현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에 있는 B 문신시술소. 직장인 이모(26·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가 문신 시술을 받고 있었다. 타투이스트가 스케치를 보면서 이 씨의 허리부분에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타투머신의 소리가 요란하다. 타투머신은 1초에 100~150번 몸을 찌른다. 문신 전용염료가 몸으로 스며든다.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 같아 따갑습니다.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이죠."

이 씨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하트와 날개모양을 선택했다. 문신은 두 시간 만에 완성됐다. 문신 부위가 발갛게 부어올랐다. 거울에 자신의 문신을 비춰본 이 씨는 "마음에 든다. 만족한다."면서 웃었다.

이 씨가 문신을 하는 동안 직장인 김모(25·여·대구시 북구 침산동) 씨도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씨는 5년 전부터 문신할 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문신에 대한 인식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외국 유명스타의 문신을 보면서 동경했다."면서 "문신은 남에게 위압감이나 혐오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성과 패션"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허리 쪽에 십자가와 'No ending forever'라는 문구를 새길 계획이다. 이 씨는 "십자가는 종교적인 신념에서 선택했고 현재의 젊음과 꿈이 나이가 들어서도 영원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문구를 골랐다."고 했다.

김 씨는 문신한 친구들이 10여 명쯤 된다고 했다. 남자친구들은 달마와 용·한자 문구를 주로 새기고, 여자친구들은 하트와 별·요정·십자가·날개 등을 했다. 김 씨는 "문신은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문신을 하는 사람들은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김 씨는 "문신의 매력은 영원하기 때문"이라면서 "나중에 발등에도 별 모양 문신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컬러보다 단색 인기

자신을 표현하는 독특한 수단이기 때문에 문신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문신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여성의 경우 20대가 많고 남자들은 20~30대가 주로 한다. B 문신시술소에서 2, 3년 전 한달 평균 10명이 문신을 하는 데 불과했지만 요즘엔 그 수가 20~30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문신에 대한 '혐오감'이 많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자신의 믿음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의지할 대상 등을 문신으로 표현하면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남자는 손바닥 크기 문신을 선호하고, 여자는 담뱃갑 크기 정도를 많이 한다. 남자들은 예전엔 남성미를 과시하기 위해 용이나 잉어 등의 문신을 많이 한 반면 여자들은 꽃나비 문신을 선호했다.

하지만 요즘엔 틀에 박힌 것이 아닌 자신의 개성에 맞춰서 문신을 고른다. 예전엔 컬러 문신이 대세였지만 최근 단색 문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문신의 종류는 패션타투, 트라이벌(단색이나 검은색 문양), 레터링(문구), 흉터커버 등 다양하다. 자신이 원하는 도안을 직접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시술비용은 손바닥만한 크기의 경우 남자가 20만~30만 원, 여자는 40만~60만 원 정도가 든다.

문신을 하는 사람들은 문신사, 문신시술사, 타투이스트로 불린다. 대구지역에는 현재 타투이스트가 6명 정도 있다. 문신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타투이스트 김해주(44) 씨는 "문신은 외국에서는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면서 "문신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합법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 지워지지 않는 젊은날의 흔적 '시술전 고민을'

문신이 유행하면서 문신을 지우려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이모(33) 씨는 젊은 시절 등에 용 문신을 새겼다.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었고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면서 너무 창피했다고 한다. 아이가 남들에게는 없는 아빠의 문신을 보면서 놀랐다고 한다. 이 씨는 고민 끝에 피부과를 찾았다. 이 씨는 "젊은 시절 했던 문신이 너무 후회된다."면서 "무조건 문신을 지우고 싶다."고 말했다.

김모(21) 씨도 최근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피부과를 찾았다. 김 씨는 연예인이 한 문신이 너무 마음에 들어 중학교 때 장미꽃 문신을 양팔에 새겼다. 김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문신한 모습이 너무 싫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시술 비용이 부담되지만 무조건 아들의 문신을 지우고 싶다."고 털어놨다.

대구시내 피부과에 따르면 문신을 지우려면 비용 부담이 만만찮고 시간도 많이 든다. 손바닥만한 문신을 지우려면 30만~50만 원의 비용이 든다. 마취를 한 뒤 레이저로 문신 색소를 깨뜨리는 시술은 한두 달 간격으로 5~10회 정도 받아야 한다.

정현주 고운미피부과 원장은 "문신하기로 결정했다면 시술소의 위생 상태와 염료의 성분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면서 "충동적이고 즉흥적으로 선택하지 말고 문신 경험자의 얘기를 들어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모현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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