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믿는 만큼…현실에도 맞아떨어진다

괴짜심리학/리처드 와이즈먼 지음/한창호 옮김/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13일의 금요일에는 정말 불행한 일이 많이 일어날까.' '4는 과연 불운을 상징하는 숫자인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찾기 어려운 많은 문제들이 기상천외한 실험대 위에 올랐다.

사람들의 통념을 파헤치는 이 책의 영어판 책 제목은 'Quirkology'다. '이상한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으로 일상의 이면에 숨은 진실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여덟 살 때 할아버지의 마술을 본 뒤 마술에 심취해 프로마술사가 됐다. 이 후 속임수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독특한 주제들만 골라 파고 드는 '괴짜심리학자'로 변신했다.

그의 실험에는 거짓말, 속임수, 미신, 초자연현상 등 주류 심리학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일상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온갖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실험을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세계인을 상대로 각종 TV 실험을 실시했으며 자신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괴짜심리학자들의 여러 실험도 소개하고 있다.

미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의 연구팀은 1973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에서 사망한 700만 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매달 4일 중국계와 일본계 미국인들이 심장병 사망률이 백인 미국인에 비해 7%나 높았다. 토머스 스캔런 연구팀의 조사에서는 13일의 금요일에는 무려 52%나 교통사고가 늘어났다. 미신에 대한 두려움이 긴장과 사고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책에는 별자리와 성격의 관련성에 대한 조사 결과도 실려 있다. 한스 아이젱크가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서 놀랍게도 별자리와 성격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러한 연관성은 별자리에 대한 사전지식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별자리에 대한 사회 통념이 사람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또 사람들이 거짓말을 할 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불안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실험을 통해 깨어진다. 유명인의 거짓말 인터뷰 장면을 TV를 통해 방영하며 실험해 보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구별해 내지 못했다.

잠재의식을 자극하는 광고 효과에 대한 검증도 이루어졌다. 1957년 시장조사자인 제임스 비커리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은밀히 '코카콜라를 마셔라. 팝콘을 먹어라.'와 같은 메시지를 보여주었더니 코카콜라와 팝콘의 판매가 각각 18%, 58% 증대되었다고 주장해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인디애나 대학의 멜빈 드플러는 동료인 로버트 페트라노프와 팀을 꾸려 비커리의 주장을 검증해 본 결과, '잠재의식 광고'는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괴짜심리학자들은 이성에게 쉽게 호감을 얻는 방법을 찾기 위한 실험도 실시했다. 50쌍의 남녀에게 다양한 주제를 주고 미팅을 실시한 결과, 영화 이야기보다는 여행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또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를 중시한다는 속설과 달리, 여자들이 훨씬 더 빨리 남자들의 첫인상에 사로잡혔다. 단체 미팅에서는 자기 자랑을 늘어 놓기보다 예상치 못한 재미 있는 질문을 던져 상대방으로 하여금 재미있는 답변을 하게 만든 사람이 가장 인기가 높았다. 학자들은 사랑에 성공하고 싶다면 뉴에이지 음악을 들으며 시골길을 산책하는 것보다 롤러코스트를 타며 공포영화를 보라고 충고한다. 흥분이 연애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함께 네 살짜리 여자아이, 점성가, 주식전문가가 벌인 투자 게임에서는 여자아이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심지어 주식전문가는 점성가보다 못한 성적표를 남겼다는 실험 결과가 눈길을 끈다. 316쪽, 1만 3천800원.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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