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치 씻고, 희망 얘기하자" 행정공백 청도군 표정

주민 격려 조치 마련 밝혀…선거 불신감 여전히 드러내기도

"청도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선거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정한태 청도군수가 24일 밤 구속됐다는 소식에 청도군민들은 "끝내 올 것이 또 왔다."며 "군수를 포함한 선거운동원 등 19명이 줄줄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어, 돈을 받은 수천 명의 주민들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 등 앞으로 다가올 파장이 더 큰 걱정"이라는 반응들이다.

지난 12·19 군수 재선거 이후 곧바로 이어진 경찰 수사와 구속, 두 사람의 음독자살사건 등 잇단 충격적 사건을 접한 청도군민들은 지역의 잘못된 선거풍토가 이제는 정말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불안감이 교차하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김모(45)씨는 "군민들의 잘못된 선택이 화를 불렀다. 향후 청도의 진로가 너무 불투명하다. 선장 없는 청도호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탄식했다. 그는 선거풍토 개선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면서도 다수의 이웃들이 전과자로 전락하는 현상만은 없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외지 모임에 나가면 인사가 군수선거 얘기라 얼굴을 들 수 없다."는 박모(54) 씨는 "젊은 사람들이 많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인구가 적다 보니 돈 선거를 기획했을 것"이라며 젊은 층의 유입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품살포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상인들은 손님들이 없다고 울상이다. 이웃마을 운동원 2명이 음독자살한 화양읍의 경우 밤이면 발길이 뚝 끊길 정도로 적막하다. 한 식당 주인은 "나가봐야 듣기 싫은 선거 얘기뿐이니, 단골손님도 오지 않는다."고 답답한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너도나도 뛰어들던 선거운동원으로는 이제 절대 안 나설 것"이라며 선거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 참가자로 경찰조사 끝에 풀려났다."며 "선거라면 신물이 난다."고 울상을 지었다.

청도군 관계자는 "군수 공약사항과 업무보고된 사업들 중 세부계획을 수립, 적합한 것을 가려서 추진해 나가겠다."며 "슬픔은 크지만 군민들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는 후속조치들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 기관장들도 빨리 상처를 아물게 하고 '비 온 뒤에 새 땅이 굳어지듯이' 청도가 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모든 주민과 출향인이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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