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공천 괴담' 난무…의원들 '애간장'

4월 총선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서울 정가를 뒤덮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의 공천 보장자 명단 88명 리스트, 물갈이 대상 국회의원 이니셜 보도, 영남권 30~50% 물갈이 등 확인되지 않은 '공천 괴담'이 난무하면서 현역 의원들을 '불면의 밤'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래서 요즘 여의도 하늘에는 "어디서 내 이름 못 봤어요?"라는 의원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이 최근 이명박 당선인 핵심 인사에게 건넨 것으로 한 언론사가 보도한 '88명의 공천 보장자 리스트'는 현재까지 존재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명단이 있긴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최고위원이 작성해 이방호 한나라당사무총장을 통해 이명박 당선인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에게 전달됐다." "이를 두고 이 당선인 측이 검토하고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말들까지 나오고 있지만 여의도 정가에서 리스트를 직접 본 사람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의 물갈이 대상 이니셜 보도도 마찬가지. 현재까지 영남권 물갈이 대상자가 20명 선이고 A, K, K, L, L, Y, U, C, J 의원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가 나왔지만 누군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없다. 또 다른 공천 괴담 중 하나인 '영남권 30~50% 물갈이설'도 공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현재로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게 한나라당 중앙당 관계자의 전언이지만 괴담이 그렇듯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역 의원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괴담 수준의 이야기이지만 공천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의원들의 심경이다. 따라서 자신의 명단이 어디 포함됐는지, 포함됐다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느라 애를 태우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에 내려보낸 보좌진들을 급히 여의도로 불러올려 열을 올리고 있다.

의원들이 명단 입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이라면 공천에서 자신의 유불리와 연결시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88명 명단은 친박(親朴·친 박근혜) 의원들에겐 '구세주' 같은 존재지만 이니셜 명단은 일종의 살생부다. 특히 이니셜 보도와 관련해 대구·경북의 경우 해당 이니셜을 갖고 있지 않은 의원은 박근혜, 박종근 의원 등 두 명뿐. 이들을 제외한 지역 의원 전원이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루머 수준에 불과하다."며 신경 쓰지 말 것을 당부했고,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 관계자도 "명확하지 않은 사실 유포는 공정한 공천 심사를 오히려 방해할 것"이라며 신중한 보도를 당부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공심위의 심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온갖 추측과 설들이 난무할 것이 뻔하고, 특히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역 의원들은 이에 대한 고민을 하느라 더욱 바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의원은 "확인을 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하고, 하자니 팩트가 없고, 매일 흰머리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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