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의 인터넷 검색엔진업체인 구글(Google)은 지난해 안동 인근에 16만여㎡(5만여 평)를 확보해달라고 경북도와 안동시에 요구해왔다. 구글은 이곳에 아시아의 R&D 및 정보센터 허브를 둘 계획이었다.
용지확보가 여의치 않았던 도와 안동시는 우선 6만 6천여㎡(2만여 평)를 제공한 뒤 순차적으로 구글이 원하는 땅을 확보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업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구글은 땅값이 훨씬 비싼 경기도로 발길을 돌렸다.
대구·경북의 허약한 산업 인프라를 방증한 사건이다. 차기정부가 광역경제권 구상을 밝혔지만 권역별로 기간 인프라나 재원, 기업지원 시스템은 천차만별이다.
◆접근성 제고 없이는 투자 없다
대구경북연구원 오창균 박사는 "광역경제권이 구체화되면 대구·경북이 가장 허약할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의 광역경제권이 정착되려면 가장 시급한 것이 접근성이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항만과 공항 등을 갖춘 서·남해안권보다 대구·경북의 산업기반이 약하다는 것.
경제 전문가들은 내륙지향형인 대구와 동해안에 거대 관문이 없는 한 대구·경북의 광역경제권이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쟁력이 국제관문 공항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영남권 신공항 조기 건설 타당성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건설교통부도 용역을 통해 '긍정적' 입장을 밝혔고 올해부터 본 타당성 및 입지조사가 시작될 예정으로 약 10년 후 인천국제공항에 이은 또 하나의 '제2관문공항'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웅기 대구경북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첫 단추를 꿴 만큼 신공항 건설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10년의 세월은 너무 길다."며 "영남권 신공항은 부산·경남의 동남권과 대구·경북권 경제권 정착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했다.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구미-대구-경산-영천 등의 광역교통망도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 지역 경제계의 요구다.
◆규제완화
산업입지 조성과 관련한 '덩어리규제'와 공장 하나를 세우는 데 2년 이상 걸리는 간섭을 내버려 두고는 지방경제 활성화를 논할 수 없는 일.
대구경북연구원 광역경제권 연구팀에 따르면 대구·경북권은 각종 개발사업과 산업단지 개발을 하려 해도 낙동강, 백두대간 등을 끼고 있어 일상적인 규제 외에도 이중삼중의 중복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산업용지난이 심각한 대구는 '국가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하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정절차와 관행으로 보면 10여 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박봉규 대구정무부시장은 "경남의 진사공단이 20여 일 만에 모든 행정절차를 완료했듯이 국가과학산업단지 조성도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한 조기 완공이 안 되면 다른 경제권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공장설립시 입지선정에서 설립승인까지 적용되는 규제가 무려 35개(수도권은 39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이 복잡한 규제를 교통정리하지 않고는 지방 경제권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경제계는 보고 있다.
◆재원확보 없이는 사상누각
인수위는 광역경제권 재원조달 방안과 관련, 기존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대신에 관련 부처 보조금 일부와 교부세 재원 일부, 신규재원 등으로 광역경제권 특별회계를 운영하고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참여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균형특별회계를 두고 있지만 규모가 10조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같은 규모로는 각 권역의 시급한 기간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석희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각종 개발사업이 광역화·대형화되고 있어 기존 예산과는 별도의 광역 통합계정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독일과 같이 연방과 주, 기초자치단체가 세원을 공유하는 공동세(목)를 두고 이를 광역경제권 개발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의 경우 공동세 비중이 67.4%에 이르며 이를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공동으로 배분한다는 것.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지식경제자유구역, 경부대운하 건설사업, 대구경북공동산업단지, 전략산업관련 클러스터 육성 등 대구·경북 공동 추진사업을 위한 신규세원 발굴과 공동활용 방안 마련을 위해 대구경북 세정·세제공동기획단을 만들어 지역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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