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솟는 곡물가…'식량 쇼크' 우려

대구 동구 방촌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최윤도 씨. 그는 자고나면 오르는 수입산 빵재료값 때문에 정신이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몇 달 새 20%가량 값이 뛴 밀가루는 물론, 지난해에 비해 80% 이상 오른 호두, 70%가 인상된 버터 등으로 인해 장사할 맛이 안 난다는 것.

그는 "재료값은 오르는데 빵값은 10원도 못 올리고 있다. 재료값이 이렇게 올라가면 1년 안에 동네 빵집들은 모두 문을 닫을 것이다."고 한숨 쉬었다.

#세계 최대 곡물수출국인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곡물 수출장려금을 없애는가 하면 올 들어서는 곡물수출에 대해 관세를 물리는 등 사실상 곡물수출 제한에 들어가는 바람에 중국산 옥수수, 콩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 때문에 중국 식량에 의존하는 북한은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대북인권단체 '좋은 벗들'은 최근 밝혔다.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이 나라 사람 1만여 명이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나라 콩값이 지난해 125% 급등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50% 이상 상승,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 이곳뿐만 아니라 최근 수개월 새 파키스탄, 기니와 모리타니, 멕시코, 예멘 등 세계 곳곳에서 집단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난 19일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우리 동네에, 아니 전 세계에 곡물 파동이 몰아치고 있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은 아직 피부로 못 느끼지만 상인들은 이미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국제곡물가격은 급등세였던 지난해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소맥이 지난달에 비해 12%가 오른 것을 비롯해 ▷옥수수 13% ▷대두 10% ▷귀리 18% ▷원당 12% 등 대다수가 올랐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60가지 식품의 수출가격을 토대로 만들어내는 식품가격지수는 2006년 14%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37%나 급등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상승세가 더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곡물을 수입하는 업체들은 곡물 확보를 위해 전 세계에 직원들을 대거 파견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곡물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세계의 공장'으로 자라난 중국과 인도가 농산물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전환, 세계의 곡물을 소비용으로 빨아들이는 것은 물론, 자국에서 나는 곡물 수출까지 제한하기 시작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곡물 작황 부진,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제조 증가 등도 한몫하고 있다.

이태암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곡물 가운데 국제가격이 오르지 않는 것이 없다.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모든 대비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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