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관절 수술로 투병 고려인 4세의 '희망 걷기'

▲ 우즈벡 처녀 라리사가 순천향구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 우즈벡 처녀 라리사가 순천향구미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순천향구미병원 503호실. 창쪽 침대에는 유난히 병원을 낯설어하는 여성 환자가 누워 있다. 이 라리사(32) 씨.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4세다. 병원생활 한 달이 넘었지만 꼼짝 못한 채 하루종일 침대에서만 지낸다.

우리말을 하지 못해 옆 침대 환자들과 이야기조차 나누지 못한다. 유일한 대화 상대는 우즈벡에서 함께 온 어머니 타마라(61) 씨. 라리사는 취재하는 동안 계속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는 걸 두려워했다. 우즈벡에서는 병원 수술 자체를 큰 수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19일. 우즈베키스탄에서 비행기로 구미까지 올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수술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단순히 류마티스성 관절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순천향병원의 정밀조사 결과 '양쪽 허벅지 부분 고관절에 인공관절을 넣지 않으면 걸을 수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

라리사의 질병은 1998년 시작됐다. 대학졸업 후 다니던 금융회사의 단합대회로 등산을 갔다가 뜻밖의 추락사고를 당한 것.

꼼짝 못하고 누워서 진통제만 먹고 지낸 지 7년. 라리사가 구미 순천향병원으로 오게 된 것은 아버지 이 로베르트(61) 씨가 근무하는 회사 한국 동료들의 권유 덕분이다. 이들이 우즈벡 코람플라스틱(대우협력회사)에서 라리사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서 치료받도록 주선한 것이다.

2주 전 수술을 마친 라리사는 이제 잃었던 웃음을 다시 찾았다. 열흘 후에는 휠체어를 타고 바깥 나들이도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곧 걷기연습도 할 예정이다. 하지만 병간호를 맡고 있는 어머니는 걱정이 태산이다.

한국에 올 때는 "딸이 걸을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뿐이었지만, 막상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수술비를 포함해 밀린 병원비만 700여만 원. 아버지의 월급 1년치로도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이다.

그동안 틈틈이 도움을 주던 아버지의 회사 동료들도 이제는 더이상 그럴 형편이 못된다. 비공식적으로 한국에서의 치료를 주선한 터라 회사에 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 3, 4주는 더 치료를 받아야 하고, 10년 후엔 또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기쁨도 잠시뿐 어머니의 얼굴에 다시 깊은 주름이 잡혔다. 문의 018-507-1969.

구미·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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