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일현의 교육프리즘] 멘토를 찾아주자

헬리콥터처럼 항상 자녀 주위를 맴돌면서 모든 일에 끊임없이 개입하고 간섭하는 헬리콥터형 부모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진이 대학생 자녀를 둔 미국 부모의 60%가 헬리콥터형 부모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저학년의 경우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헬리콥터형 부모는 지나치게 애정표현을 하며, 자녀의 주장이나 고집에 쉽게 굴복할 뿐만 아니라, 나쁜 행동조차도 무시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삶의 목표가 없고 참을성과 자기 통제력이 약하며 부모에게 의존적이다.

헬리콥터형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자녀의 방에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하여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감시 카메라형 부모가 되거나, 부모가 모든 일의 방향을 결정하여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불도저형이나 폭격기형 부모가 된다. 이런 부모들은 자녀들의 ID와 비밀번호를 알아내어 E-mail 까지 훔쳐본다. 이런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는 지나친 공격 성향이나 위축감, 좌절감과 적개심 등을 번갈아 보이는 경향이 있고 늘 불안해하며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녀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만 보내주고 모든 것을 알아서 하라는 부모는 인공위성형 부모라고 부른다. 이런 부모는 필요한 것만 제공해 주고 외형상 무관심을 표방하며 인공위성처럼 멀리서 관찰한다.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항상 자녀를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도록 도와주며, 자주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부모를 컨설턴트형 부모라고 부른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하면서 추구하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과 흥미를 가지며 남에게도 관대하다.

고대 그리스의 이타이카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이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멘토라는 친구에게 아들 텔레마코스를 돌봐달라고 맡겼다. 왕의 친구는 왕의 아들에게 친구, 조언자, 상담자, 선생님, 때론 엄한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며 왕의 아들을 훌륭하게 키웠다. 오디세우스왕이 10년 후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서 너무나 훌륭하게 자란 아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 이후로 제자를 잘 이끌어 훌륭하게 교육시키는 사람을 멘토(Mentor)라고 부르게 되었다.

자녀의 양육 방식에 따라 부모의 유형은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문제는 어느 누구도 이상적인 컨설턴트형 부모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부모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에 자기 아이를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지도하기가 어렵다. 공자도 자식은 서로 교환하여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식에 대한 비정상적인 간섭과 욕심을 버리고 훌륭한 멘토를 찾아주는 것이 부모 자식 간의 불필요한 마찰과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교육문화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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