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과 함께하는 논술] '진정한 IT강국' 위한 선결과제

인터넷 발달만큼 정신적 인프라 제시 바람직

▲ 권정안 경주 서라벌여중 교사
▲ 권정안 경주 서라벌여중 교사

◆ 출제 의도

이번 논제는 경상북도 교육청 사이버 논술 교실(http://kben.org)에서 출제한 2007년도 1학기 논술 제4회 고등학교 3학년용 문제입니다.

[문제 1] : 제시문 (가)에서 파악할 수 있는 현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서술하시오.(200 자 내외)

[문제 2] : 진정한 IT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를 근거로 하여 서술하시오.(300 자 내외)

[문제 3] : 제시문 (다)와 (라) 중에서 어느 한쪽의 입장을 선택하여 정보화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서술하시오. (1천200자 내외)

제시문 (가) : 한국의 높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그 영향

제시문 (나) : 연령, 직업, 성별에 따른 휴대 전화 중독의 정도

제시문 (다)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개인(신한국인)'의 대두

제시문 (라) : 현대인을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의 시놉시스

IT 문제를 소재로 한 통합 논술의 과정 중심형 평가 문제로, 유기적으로 세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정보화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한 후, 그것의 해결 방안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화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인정받고는 있지만, 물질적인 인터넷 인프라에 정신적인 인터넷 인프라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나라가 진정한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문제점 파악과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해 고민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학생 글

초고속 인터넷으로 많은 이점을 얻었지만 많은 문제점도 얻었다. 먼저 인터넷 중독 현상을 들 수 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함으로써 인터넷 폐인들을 낳았다. 둘째는 댓글 악플러를 만들었다.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하는 범죄까지 낳았다. 마지막으로 잘못된 정보의 범람이다. 필요 없는 정보, 제재를 해야 하는 정보 등 모든 정보를 인터넷으로 공유하면서 많은 문제를 낳았다.

IT 강국이라 하기에는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주체성 확립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휴대전화에 의존하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개인의 주체성부터 제대로 확립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넘치는 정보의 바다에서 표류되지 않고 제대로 항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인간중심의 상품화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에 대한 발전, 혹은 문자 무제한 정액제 같은 상품에만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인간적인 상품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IT 강국으로서의 차가움에서 이제는 인간적인 IT의 따뜻함을 가져야 할 때이다.

①나는 (라)의 입장을 지지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모던 타임스의 한 장면처럼 기계의 부속품처럼 살아왔다. 그 결과 IT 강국이라는 눈부신 쾌거를 얻었지만 우리에게 남는 것은 없었다. 그러므로 이제는 발전보다는 여유를 할 때이다. (라)의 글이 기계 부속품의 삶을 풍자한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남을 도와주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찰리처럼 말이다. 그럼 이제부터 (라)의 입장에서 IT 강국인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알아보자.

②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로 우리는 세계적인 IT 국가가 되었다. 시·공간을 불문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할 수 있고 게임이나 미니홈피 꾸미기 등 많은 것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듯이 인터넷의 양면성 또한 나타났다. 인터넷 중독 현상이 나타나고 악플러도 생겨났다. 또 무절제한 정보의 범람으로 많은 피해도 나타났다.

③그렇다면 이러한 장단점들 사이에서 정보화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계를 뒤로 돌려 전통에서 인간적인 것을 다시 배우는 것이다. 이제껏 우리는 정신없이 앞으로만 기계를 돌렸지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지금의 정보화 시대는 너무 딱딱하고 차갑다. 이러한 사회를 다시 부드럽고 따뜻하고 해줄 수 있는 것은 전통에서의 인간성이다. 과거에는 남을 위하고 함께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을 위하기보다는 나만 위하고 홀로 살아가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파트의 벽과 시골집의 담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과거에는 서로의 집에 낮은 담 하나로 가끔 음식도 넘겨주고 놀러가서 이야기도 했다. 그렇게 인정이 많은 담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아파트는 그러한 담과 다르다. 서로의 문을 꼭 닫고 왕래조차 하지 않는다. 삭막하고 메말라버린 벽이 지금의 우리 사회와 같다. 꽉 막힌 편리함보다도 이제는 환히 열린 인간적인 것을 선호할 때이다.

④기계를 뒤로 한번 돌려보자. 지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잠깐의 후진은 괜찮을 것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발전과 함께 들고 왔어야 할 인간적인 것도 다시 들고 와 인간적인 IT 강국과 정보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정은(청도 금천고 3학년)

◆ 논제 분석

출제 의도와 관련지어 보면, 물질적인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한 만큼 정신적인 인터넷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못한 데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지적하라는 것입니다. (나)에 제시된 휴대폰 중독성과 맥락을 같이하는 인터넷 중독을 먼저 들 수 있겠고, 다음으로 (가)에서는 긍정적으로 제시된 미니홈피, 각종 인터넷 게임, 폐인, 댓글, 페이퍼페이스 등으로 인한 부작용들을 오히려 문제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의 창의적인 생각(문제점)을 첨가한 후,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서술하면 됩니다.

문제 1의 답안(문제점)에 기초하여 IT 강국이 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를 서술하면 됩니다. (가)에서는 인터넷 강국으로서의 긍정적인 사례들의 이면에 있는 부작용(인터넷 폐인, 올바른 인간관계 형성의 어려움, 여론의 오도 및 인권 침해의 가능성 등)의 해결을 생각하고, (나)는 '중독성'이 핵심 내용이므로 중독성 해결 과제의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유목민을 찬양한 (가)의 입장을 선택하든, 기계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나)의 입장을 선택하든 자유입니다. 그러나 늘 '출제 의도', 즉 '진정한 IT 강국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의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가)의 입장을 선택하더라도 디지털 네트워크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아이디어가 함께 제시되어야 할 것이고, (나)의 입장을 선택하더라도, '부족한 정보화, 혹은 기계화'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상대 측의 주장과 근거 등을 다루어 부분적으로 수용한 뒤 문제점을 들어 반박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의견의 설득력을 높여야 합니다.

◆ 제시문 분석

제시문(가) : 한국의 높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성공적인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공에 대한 글입니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시문(나) : 연령, 직업, 성별에 따른 휴대 전화 중독의 정도를 연구한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독은 이성을 마비시켜 판단력을 상실케 하는 원인이 되어 인간관계의 어려움, 범죄, 일상생활의 파괴 등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시문(다) :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개인(신한국인)'의 대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찬탄한 글입니다.

제시문(라) : 기계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을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의 시놉시스로서, 인간성 회복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 첨삭 지도

인터넷 중독 현상, 댓글 악플러, 잘못된 정보의 범람 등의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제시했고, 요구하는 글의 분량도 잘 지켰어요. 다만, '댓글 악플러'와 '익명성을 악용하는 범죄'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익명성으로 인한 부작용' 정도가 나을 듯합니다.

문제 1의 답안에 기초하여 진정한 IT 강국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잘 제시했습니다. '주체성 확립, 인간 중심의 상품화'라는 해결 과제도 참신하면서 타당성이 있습니다. 단지, '인간적인 상품' '차가움, 따뜻함' 등을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 바꿀 필요가 있겠네요.

서론, 본론, 결론의 분량이나 문단의 연결성 등은 양호하나, 과거로 돌아가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주장에 대한 근거의 타당성과 상대 의견을 반박하는 과정을 더 필요로 합니다.

①서론 : '나는 (라)의 입장을 지지한다.'라고 분명하게 관점을 정하고 문제 제기를 잘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 부속품처럼 살아왔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없었다.' 등은 현상을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단정한 표현입니다.

②본론1 : IT 강국으로서의 장점과 단점을 거론하여 본론 2와의 긴밀성을 잘 유지했습니다.

③본론2 : 정보화 시대를 지양하고 과거의 전통에서 인간적인 면을 되찾자고 주장하고 있네요.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좀더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것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으며, (다)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대의 삶에 대해 지나친 말로 단정지은 경향이 있습니다.

④결론 : 과거의 전통 회복을 통해 진정한 IT 강국의 면모를 갖추자고 자신의 의견을 강조한 것은 좋으나, '잠깐의 후진'에 대한 타당성이 부족합니다.

권정안(경주 서라벌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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