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권의 책] '모던타임스'

1919년 5월 29일은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이 일식 촬영을 통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증명한 날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원정 관측을 떠난다는 당시 보도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믿어졌던 뉴턴의 물리학 법칙에 도전한 아인슈타인은 과학 영웅이었고, 그의 이론은 인류 과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모던타임스(살림출판사 펴냄)'의 저자 폴 존슨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증명된 이날 현대 세계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가 상대성이론에서 현대 세계의 시작을 찾은 이유는 그 이론 자체의 위대한 발견에도 있지만, 상대성이론이 세계사에 불러온 예기치 않은 결과 때문이었다.

'모던타임스'는 치밀한 사건과 인물 묘사로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70여 년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상대성이론에 환호하던 대중들이 모든 가치 척도가 상대적이라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상대주의와 혼동하고 말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마르크스주의와 프로이트주의의 분석이 어우러져 개인적인 책임감이나 객관적인 도덕규범이 무너지고 사회 전반에 도덕적 상대주의가 만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계사나 과학사에 웬만한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꼼꼼히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1천400여 권의 문헌 자료와 정부 문서, 회의 자료, 편지·일기, 신문 기사 등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세계 지도자들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레닌은 비사교적인데다 지나치게 매정했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혁명만을 위해 살았던 레닌의 외골수 기질은 러시아 혁명과 볼셰비키당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히틀러는 낭만적이고 예술가적인 성향이 독일인의 기질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독일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동양의 히틀러로 불리는 마오쩌둥은 난폭하고 세속적이며 인정머리 없는 농부로 묘사된다. 객관적인 현실을 무시하고 영웅적인 결단력으로 사회를 얼마든지 개조할 수 있다고 보았던 그의 의지는 문화대혁명과 같은 비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 원동력이 되었다.

허를 찌르는 인물 묘사는 종종 기존의 통념을 명쾌하게 뒤집어엎는다. 저자는 비폭력 저항 운동을 펼쳐 만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간디를'해방 운동가가 아니라 정치적 기인'으로 설명한다. 간디의 기행은 기인을 숭배하는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지만 그의 가르침은 인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대사의 인물들과 시대상도 등장한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부터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에 충격을 받고 조급증이 난 케네디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매달렸던 로켓 경쟁, 이슬람 근본주의가 득세하면서 퍼져나간 테러와 내전의 현장 등 시대상을 보여주는 사건들과 여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1. '모던 타임스'의 저자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현대사의 시작으로 명명한 배경은 무엇일까.

2. 일반상대성이론이 등장하기 전에는 어떤 세계관이 대세였나.

3. 책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중 3명을 골라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파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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