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 내 자식의 장래를 생각하며…

내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우리는 종종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묻곤 한다. 이런 아이들도 중고생으로 성장하면서 장래 희망이 여러 번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대학을 졸업한 자녀들의 취업 상황은 어떤가? 부모로서 제대로 교육을 시켰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IMF 구제금융체제 이후 10여 년간 청년들의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향후 고용전망 또한 어떤가?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본다. 경제성장에 따라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되는 상황이 구미 선진국의 고용경험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가장 큰 화두는 일자리다. 새 정부도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국민복지"라고 강조하면서 기업을 키우겠다고 한다. 경북도청에 가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글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지난해 말 대구지방노동청장으로 부임하면서 "노사문제 걱정 없는 지역을 만들어 인재와 기업이 몰려오는 우리 지역으로 가꾸자"고 강조했다. 노동청장으로 기업을 키우기에 매진하는 이유는 기업을 늘려야만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구경북은 수도권 다음으로 대학이 많다. 39개 대학에서 연간 6만 5천여 명의 졸업생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는데 이에 걸맞은 일자리는 턱없이 적어 이른바 산업부문과 인력의 수급이 어긋나는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하다.

2007년 12월 한국의 청년 일자리창출에 관한 OECD 보고서에서도 필자의 생각과 동일한 지적을 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 일자리 창출 개선을 위해 ①산학연계 강화 ②중등교육과정에 취업정보 제공 및 진로지도 ③정규직-비정규직 간 고용보호의 격차 해소 ④미취업청소년에 대한 관심 등을 제안한 것이다.

'인생은 트리플 30이다'. 고령화 시대의 인생 90세를 세 쪽으로 나누어 본다는 말이다. 태어나서 30세까지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 직업을 가지고 결혼을 한다. 둘째 30은 30~60세까지로 나보다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 돈을 버는 시기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30은 일하지 않고도 살아야 할 기간이 물경 30년이나 되는 노후생활이다. 해외여행을 다니고 친구들을 불러 맛있는 식사라도 대접할 수 있을지, 아니면 어렵사리 연명하면서 살 것인지를 내다보아야 한다.

중요한 건 각 30이 상호 연계되어 우리 인생을 채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사랑스런 자녀들을 어떻게 키우고 교육을 해서 90년의 인생을 잘 살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부모로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국내 여러 대학에 취업 특강을 나가 대학생들에게 "왜 대학에 왔는가?"라고 질문하면 제대로 답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 "부모님이 가야 된다고 해서…" "남들이 가니까 나도…" "대학 안 가면 안 되는 줄 알고 막연히…"라는 식이다.

대학생이라면 성인이 된 나이인데 이렇듯 제대로 인생교육과 직업·진로교육이 되어있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학은 좀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혀주지만, 대학을 다녔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답을 입증할 수 있는 사례는 주위에 비일비재하다. 4년제 대학 졸업 후 취업을 못해 다시 2년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대졸 청년이 취업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장기실직 상태에 있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요즘 중고생들은 부모보다도 더 앞서가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부모들이 자식의 장래를 망치는 건 아닌지…. 한 달 전 중3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공부하기 싫은 학생은 손을 들어 보라."고 했더니 자신만만하게 의사표현을 하면서, 어른이 되면 이런저런 일을 하겠다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2세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희망도 잠시 부모들을 만나면 다시 절망에 빠지게 된다. 35명 한 반에 하위권 성적이라 해도 자기 아이는 공부만 시키겠다고 강요하는 부모들을 볼 때다.

인생여정이란 때론 부끄러운 흔적도 되고 아름다운 흔적도 된다.

"눈길을 걸을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르는 다른 사람의 길이 되느니"라고 가르친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을 되새겨본다. 부모로서 자식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훈육의 발자취를 남겨야 할 텐데….

이완영 대구지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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