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군민들의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국제적 규모로 성장한 소싸움 축제와 청도반시,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적지 등으로 차곡차곡 쌓아올린 청도군의 명성이 지난 12·19 군수 재선거 당시 금품 살포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꺼번에 곤두박질치고 있다.
재선거 직후만 해도 군민들은 이번 사태가 잘 수습되리라 믿었다. 또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새 출발하자는 의지도 다졌다. 그러나 이런 군민들의 기대는 한참 어긋났다.
선거 전후 돈 봉투를 돌린 혐의로 조사를 받던 선거운동원 2명이 음독자살한 데 이어 연일 구속자가 늘어나면서, 정한태 군수마저 소환조사를 받고 곧이어 구속됐다. 또 지방선거 이래 초유의 집단자수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이제는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는 극도의 혼란 상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경찰의 소환 조사로 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된 곳도 있고, 경찰 조사가 언제 시작될지 몰라 불안에 떠는 마을이 수두룩하다는 얘기이고 보면 주민이 아닌 과연 누구를 위해 선거를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제 군민들은 혈연·지연으로 얽히고설킨 '시골정서'를 이해해 달라는, 각종 선거로 누적된 병폐가 이번에야말로 곪아터진 것이라는, 농사밖에 모르다 뒤늦게 선거판에 뛰어든 늙고 병든 어른들만큼은 선처를 호소한다는 변명조차 힘겨워하고 있다. 군민들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뼈저린 후회만을 되새기고 있다.
이번 선거와 관련, 22명이 구속되고 100여 명이 불구속 입건된 이번 재선거 파장은 어느 선까지 계속될지, 언제 끝날지 현재로선 아무도 알 수 없다. 그야말로 청도군의 앞날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그러나 군민들은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고 다짐한다. 위기를 기회삼아 청도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고,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조용하게 일고 있다. 청도군도 군민을 다독이는 현장 군정과 내부 결속으로 민심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군민들의 의지와 군의 대책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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