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당 공천 뒷걸음질 치나?

'낙하산·밀실·무잣대·갈라먹기'…대구·경북 민심과 역주행

다음달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활동을 앞두고 공천이 '낙하산', '밀실', '무잣대', '갈라먹기' 등 구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한 뒤 새 정치를 갈망하는 시·도민들의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데도 한나라당은 과거의 '말뚝만 꽂으면 된다'는 왜곡된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지역 정치권에 일고 있다..

매일신문의 신년 총선 특집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8명 이상(82.6%)이 세대 교체를 요구했고, 바닥을 맴돌고 있는 대구·경북 경제 현실을 반영해 세대 교체 기준도 2명 중 1명이 인물보다는 지역공헌도(지역대표론)를 선택했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대구·경북 27명 중 한나라당 25명)에 대해선 10명 중 7명(66.3%)이 교체해야 한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내달 한나라당의 공천 신청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시·도민의 민심을 읽지 않는 공천을 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장 세대 교체가 발목이 잡혔다는 정치권 시각이 적잖다. 실제 이명박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경우 지역 정치권에선 세대 교체의 상징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으나 이 부의장은 총선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지역 정치권은 "한나라당의 공천 잣대인 세대 교체 발목을 잡은 격"이라고 했다. 이 부의장의 출마가 기정 사실화되자 총선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대구·경북 일부 다선 및 고령 의원들도 출마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친이(親李·이명박 당선인 측)와 친박(親朴·박근혜 전 대표 측) 간 물밑 타협설이 지역 정가에 퍼지면서 '갈라먹기' 재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17대 총선에서 대구는 12개 선거구 중 5개가 교체됐으나, 공천이 계파 간 갈라먹기로 흐를 경우 이번 총선에서 교체 지역은 미미할 것이라고 정치 신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 달서구에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한 정치신인은 "세대 교체를 통해 새 정치를 하라는 민심을 읽고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당이 구태를 반복할 경우 공천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민심과는 반대인 낙하산 공천설도 지역 정치권에 파다하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없는 대구 중·남구는 "누가 누가 이미 낙점됐다."는 등의 소문이 꼬리를 물어 상당수 출마예상자들이 투명 공천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조재목 에이스리서치 대표는 "공천심사위가 각종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고 제기능만 수행하면 구태 공천을 결코 없을 것"이라며 "서울 인사 중심의 공심위원들이 지역 민심도 제대로 읽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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