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대한 선처 해줬으면" 청도주민 집단자수 이후

진눈깨비가 흩날린 28일 오후 청도경찰서 강력팀과 지능팀 사무실.

지난해 12·19 청도군수 재선거 금품살포 혐의를 받고 집단 자수한 주민들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머리를 떨군 채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으며 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돈을 돌린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 일부는 금액이나 돈을 돌린 정황이 맞지 않자 곤혹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금천면 동곡시장에서 모인 뒤 전세버스를 타고 경찰서로 집단 자수한 터였다. 한 주민은 "마음이 착잡하다. 지역이 너무 어수선해 빨리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자수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조사를 다 받고 나온 주민은 "경찰이 사건처리 때 최대한 '선처'를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수사가 계속 확대되는 것 같아 밤잠을 못 이룬다."며 "일부 단순 금품수수 관련자들에 대한 처리 지침 등 경찰의 조속한 수사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청도가 막막하다. 이런 위기 때 지역화합에 나서고 민심을 수습할 원로 한 사람이 없는가?"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주민도 있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찰서를 나선 주민들이 버스에서 대기하는 동안 하얀 눈이 탐스럽게 쌓이고 있었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불안의 그림자가 가득했다.

한편 사법처리 대상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군 전체에 위기감이 증폭되자 청도군은 민생안정과 행정 결속력을 다지는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안성규 청도 부군수는 "이럴 때일수록 행정력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또 2월 중으로 가칭 '청도 선진화운동' 결의대회 등 민간주도 캠페인을 펼쳐 청도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갈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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