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이어 현대·신세계 등 수도권 3대 메이저 백화점들이 모두 대구에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에서는 유통대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덩달아 역외 업체의 대구 공략이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유통시장에서마저 '토종 기업'이 무너진다면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은 물론, 지역 본사 기업의 감소 현상으로 인해 대구·경북 경제의 '체질 허약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역외 업체의 공략
현대백화점은 '대구 중구 계산동에 복합쇼핑몰을 지어 대구에 진출할 예정'이라는 보도(본지 7일자 1면)'와 관련, 증권선물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뒤 28일 오후 공시를 내고 "사업성 여부를 적극 검토중에 있으나 현재로서는 구체적 사항이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 공시를 통해 대구 중구 계산동 진출을 전면 부인하지 않고 '미확정'이라고 답변, 사실상 상당 부분 진출 논의가 되어왔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은 이미 이사회에서 계산동 부지 매입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으로 할것인지, 할인점으로 할것인지' 등의 유통점 형태, 수익 예상 규모 등 구체적 출점 계획을 짜고 있는 중으로 알려졌으며 늦어도 7월28일까지 재공시를 통해 계획 확정 여부를 알리겠다고 했다.
현대백화점 한 관계자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구 중구 계산동 부지가 너무 좋아 일단 사업 추진에 대해 긍정적 시각이 많다."고 언급, 사실상 현대백화점의 대구 진출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측은 의사결정이 빨라진다면 진출 확정을 알리는 공시일정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의 진출설이 나도는 부지는 대구 중구 계산동 동아쇼핑 옆 현재의 떡골목 부근 1만 3천여㎡ 땅이다. 현대가 백화점을 이 곳에 짓는다면 영업면적은 4만 9천500㎡(1만5천평)에 이르러 대구시내에서는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인·허가 등을 거쳐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이전인 2010년 하반기 준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백화점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 '대구점' 출점을 위한 부지확보에 나섰다.
◆지역 백화점 반응
지역 백화점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며 메이저 업체의 대구 입성을 일단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 백화점 CEO들은 지역 경제의 건강성을 위해서는 지역 유통업체가 절대 무너져서는 안되며 지방정부가 역외 메이저 업체들의 '무혈 입성'을 절대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
구정모 대구백화점 대표는 "백화점·할인점 등 역외 업체가 대구에 진출한 이후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 등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았다."며 "수도권에서 온 백화점들을 들여다보면 갤러리·음악공연장 등 제대로된 문화시설 하나 없이 오직 장사에만 열을 올린다는 점을 지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구 대표는 "대구백화점은 내부 유보를 통해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할 재원을 마련해두고 있는 만큼 쉽게 안방을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대구백화점과 손을 잡고 새로운 사업을 하자는 외부 제안도 있고 다른 투자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이인중 화성산업·동아백화점 회장은 "현대백화점이 들어온다면 동아쇼핑 바로 옆인데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상권의 중심이 반월당으로 이동하는 호기도 될 수 있고, 메이저 업체의 진출로 동아백화점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현재 부지 매입이 덜 끝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외지 업체가 지역에 들어온다는 것은 역기능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외지업체의 사례에서 증명됐다."며 "지방정부는 도시계획 수립이나 교통영향평가 등 지방정부의 권한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2003년 대구에 들어온 롯데백화점도 28일 현대백화점의 공시와 관련, 본사에서 대구점으로 이날 '진위파악' 지시가 내려오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롯데 측은 "대구의 유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대구시가 추가적인 역외업체의 입점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