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새 정부 첫 총리에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특사를 지명했다. 한 달 넘게 고르고 골라 내린 선택이다. 다른 무엇보다 한 후보자가 지닌 풍부한 외교무대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이 당선인은 일찌감치 새 총리는 자원외교와 같은 글로벌 세일즈를 맡길 것이라고 밝혔었다. 과거처럼 권력을 나누어 누리거나, 반대로 대통령 치사나 대신 읽는 얼굴마담이 아닌, 일하는 총리 자리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학자로서 다양한 국정 경험과 외교 경력을 쌓은 한 후보자는 적격자라는 인상을 준다. 물론 신군부 시절 국보위 활동을 비롯해 다섯 정권을 거치며 장관, 국회의원을 지낸 전력을 문제 삼는 측도 있다. 그런 것이 능력과 경륜을 덮을 만한 결격사항인지는 인사청문회에서 검증하면 될 것이다.
나라 바깥에서는 국가 간 에너지 확보 경쟁이 진작부터 불꽃을 튀기고 있다. 이웃 중국은 이미 4년 전부터 원자바오 총리가 직접 뛰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역할을 나눠 러시아 중남미 아프리카를 누비고 있다. 석유'석탄'천연가스 같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인도를 포함해 다른 나라 역시 자원외교에 숨이 가쁘다. 그런데 에너지 자립도가 고작 3.5%에 불과한 우리는 어떤가. 이른바 DJ+JP 연합정부 시절이나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 자리는 권력 분점 놀음에 빠져 허송세월하다 말았다.
총리가 萬人之上 一人之下(만인지상 일인지하)라는 2인자 허세를 부리는 시절은 벌써 지나갔다. 대통령을 도와 부지런히 국정을 챙기고 앞장서 세계를 뛰라는 게 국민의 요구다. 한 후보자는 어제 지명 직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엄청나게 비대한 총리실 조직에 놀랐다고 했다. 그러한 문제의식은 앞으로 한 후보자가 이끌 내각에서 일하는 분위기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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