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민노총이 못마땅해도 만나야

오늘로 예정된 이명박 당선인과 민주노총의 간담회가 무산되면서 양측의 기 싸움이 향후 격한 대립으로 비화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어떤 묵은 감정이 있어 이러는지는 몰라도 국민들 보기에는 못마땅한 구석이 하나둘이 아니다. 갈수록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부와 노조가 힘을 합해도 모자라는 판에 벌써부터 싸움박질이나 하려는 듯 덤빈다면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당선인 측이 간담회 약속을 파기한 표면적인 이유는 민노총 이석행 위원장의 경찰 출석 문제 해결이다. 하지만 정권이 출범도 하기 전에 상시투쟁 체제를 들먹이며 정권에 적대감을 드러낸 민노총에 대한 거부감이 더 직접적인 배경이다. 민노총이 계속 비협조적인 자세로 나온다면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당선인 측의 이런 태도도 옳지 않다. 아무리 과격한 정치투쟁을 일삼는 민노총이라 하더라도 정권의 책임자로서 대화하고 타협해 동반자 관계를 이뤄갈 의무가 있다.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간담회를 취소하고 만나기 싫다는 기색을 드러내는 것은 옹졸하고 편협하다. 물론 법질서나 원칙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만히 문제를 풀고 더 큰 것을 이뤄내는 것도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몫이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고 하지 않는가.

당선인이나 민노총은 왜 서로가 만나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정권 출범에 앞서 노사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잘해보자는 뜻에서 만나는 것이다. 이 같은 좋은 취지를 내팽개치고 서로 날카로운 이빨만 드러낸다면 정권은 정권대로 부담이 되고 민노총에도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 국민이 새 정부와 민노총에 등 돌리지 않도록 하루속히 만나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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