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얼굴이 예뻐진다…아파트도 디자인 시대

'아파트도 변해야 산다.'

아파트 디자인 차별화 바람이 불면서 올해부터 대구에서도 '성냥갑 아파트'는 설 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가 도시 디자인 사업의 하나로 획일적인 구조의 대표 건축물로 손꼽혀온 판상형 아파트에 대한 제동에 나설 계획으로 있기 때문이다.

시 건축과 관계자는 "똑같은 디자인과 구조, 비슷한 색상의 아파트가 도심 미관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으로 도심 디자인 관련 조례를 제정해 대형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 차별화를 시도할 계획이며 아파트도 건축 지침을 마련해 디자인 개념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아름다워야 한다.

성냥갑 아파트 퇴출은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가 도심 미관을 위해 획일화된 아파트에 대한 건축 심의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 이후부터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서울시 건축심의 개선대책'을 마련해 연면적 10만㎡ 이상이거나 21층 이상의 건물 또는 300가구가 넘는 16층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반드시 차별화된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도록 하는 건축 지침을 마련했다.

또 아파트에 대해서는 ▷동별 디자인 차별화 ▷높이 다양화 ▷탑상형 아파트 디자인 차별화 ▷상층, 저층부 디자인 차별화 ▷하천변 아파트 디자인 차별화 등 5개 분야에 대한 개선안을 발표했으며 올 3월부터는 모든 아파트 건축 심의에 적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1천 가구나 10개 동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는 전체 동수의 30% 이상을 차별화하도록 했으며 주상복합 아파트는 X나 Y, T자 형 등의 획일화된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벽면의 30%는 발코니로 쓰지 못하고 벽으로 남겨 다양한 입면 디자인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한강 등 하천변은 탑상형 아파트만 짓도록 해 시야 확보가 가능토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이후 서울시 건축위원회에 접수된 30건의 건축 계획 중 1건만 동의를 받았으며 나머지는 재심의를 거치고 있다.

서울시의 영향을 받아 부산과 대전 등 다른 대도시들도 도시 디자인 지침 마련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명환 건축사는 "지금까지 한국의 아파트는 용적률과 사업성만 따져 지어진 탓에 색상을 빼고는 모양이 비슷할 수밖에 없었지만 제도적으로 디자인 개념이 도입되면 도심 미관이 크게 변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건축비 상승과 디자인 차별화를 어렵게 하는 건축법상 제약 등 걸림돌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대구 아파트도 바뀐다.

대구시도 아파트의 디자인 개념 도입을 위해 발 빠른 준비를 하고 있다.

김종도 시 건축주택과장은 "대구는 세계 육상대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타시도보다 앞서 도심 미관 작업이 필요한 곳"이라며 "가로변 정비나 일반 건축물뿐 아니라 고층 건물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 구조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시는 아파트 디자인 차별화를 위한 지침을 마련 중에 있으며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 건축 심의 때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의 아파트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전국 대도시 중 가장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2, 3종 주거 지역 내 층수 제한 문제. 15층과 20층 등으로 규정된 층수 제한이 있는 이상 아파트 디자인 차별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탓이다.

한라주택 최원근 상무는 "주거 지역을 세분화해 용적률 제한을 하는 만큼 층수 제한을 할 필요는 없다."며 "같은 바닥 면적에 15층 아파트를 30층으로 짓게 되면 동수가 줄어들어 바닥 녹지 면적이 증가할 뿐 아니라 시각 통로 확보도 훨씬 용이하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최근 도심 재개발,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층수 제한을 폐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해 대구시가 도시계획조례로 묶어 놓고 있는 층수 제한 해제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층수 제한 완화에 대한 논의도 현재 진행중에 있다."며 "3, 4월 중으로 건축물 디자인에 대한 세부 지침이 완성되면 향후 도심 지내 획일화된 건축물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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