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와 1940년대는 우리나라에 근대적 문물이 대거 등장한 독특한 시기이다.
단지 '암울한 식민 시대'라고 기억하기 쉽지만 그 속에선 다양한 신문물들이 싹트고 있었던 것.
일제에 의한 강제적 근대화가 시작되는 1910년대 태어난 이들이 근대적 문물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며 성인이 된 시기가 바로 1930, 40년대이다.
지금과 비교해도 동떨어지지 않는 도시적 감수성을 가진 젊은이들이 스크린에 대거 등장한다.
영화적 소재들이 가득한 이 시기는 지난해 여름 '기담'과 TV 드라마 '경성스캔들'을 통해서도 일부 그 매력을 드러냈다.
그래서일까. 영화적 소재의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계는 1930, 40년대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저마다 장르와 소재를 달리하지만 시대적 배경은 동일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라듸오 데이즈
1930년대 경성 최초 방송국에서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는 '라듸오 데이즈'에는 류승범, 김사랑, 황보라, 김뢰하 등 개성 강한 배우들이 출연해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게으른 한량 PD 로이드(류승범)가 조선 최초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불꽃'을 방송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특히 드라마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이들이 모여 단 한번의 완벽한 방송을 위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로이드 PD가 좋아하는 당대 최고의 신여성이자 재즈가수 마리(김사랑)는 애드리브를 남발하는 등 방송사고를 내고 오버하는 액션을 선보이는 푼수 기생 명월, 위기대처 능력이 제로인 아나운서 만철, 엔딩을 단 한번도 완성시켜 본 적 없는 작가 노봉알, 거사를 꿈꾸는 의문의 소리효과 담당 요원 K, 위기일발 애드리브의 귀재 천재사환 순덕까지, 이들이 만들어가는 라디오 방송은 웃음을 선사한다. 31일 개봉.
◆원스 어폰 어 타임
1940년대 일제강점하, 조선에 주둔한 이래 일본 군부는 신라 천 년의 상징이라 불리던 석굴암 본존불상의 미간백호상(眉間白毫相) 이마에 박혀 있었던 '동방의 빛'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일본 군부의 최고 권력자인 총감은 수년간의 집요한 노력 끝에 마침내 '동방의 빛'을 얻게 되고, 승리를 자축하는 동시에 하루 빨리 본국인 일본으로 이송하기 위한 '동방의 빛' 환송회를 개최하게 된다.
한편 전도유망한 재력가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천의 얼굴을 가진, 경성 최고의 사기꾼인 봉구 역시 '동방의 빛'을 차지하고 싶어한다.
그는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해 경성 제일의 재즈가수 춘자(이보영)에게 '동방의 빛' 환송회 자리에 동행하자며 고가의 다이아 반지를 무기로 그녀를 유혹한다. 그러나 그녀의 정체 역시 경성 제일의 도둑 '해당화'로, '동방의 빛'을 훔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봉구와 춘자는 서로 다른 꿍꿍이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고가의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차지하기 위해 각각 야심 찬 작전을 시작 한다. 31일 개봉.
◆모던 보이
올해 상반기 선보이게 될 '모던보이'는 2000년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한 이지형의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를 원작으로 한 작품.
1930년대 경성, 상류 1%에 속하는 부유층이자 조선총독부 서기관으로 근무하는 이해명(박해일)은 시대는 뒤로한 채 낭만과 로맨스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던보이다. 어느 날 일본인 총독부 검사이자 둘도 없는 단짝친구 신스케(이한)와 놀러 간 비밀구락부에서 해명은 댄서로 등장한 여인 조난실(김혜수)에게 첫눈에 반해 '내 인생을 걸겠다.'고 다짐한다.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마침내 조난실과 꿈같은 연애를 시작하게 된 해명. 그녀에게 완전히 빠져들지만 마음을 줄듯 말듯 애태우던 난실은 돌연 해명의 집을 몽땅 털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게다가 그녀가 해명에게 정성스럽게 싸준 도시락이 총독부에서 폭발해버리면서 해명은 위기에 빠진다.
조난실을 찾아 헤매던 해명은 사실은 그녀가 이름과 직업이 여럿인 정체가 미스터리한 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전설적인 사립탐정 백상허를 통해 난실 행방의 실마리를 찾게 된 해명은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해명의 앞에는 거대한 비밀이 기다리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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