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은 있다. 어린 시절에 소망하던 꿈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최고의 권력자인 대통령부터 법조인, 의사, 선생님, 과학자, 연예인까지 모든 사람들의 꿈이 다 이루어지면 특정 직업은 희소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어린 시절의 꿈들은 고등학교를 거치며 차차 현실적으로 변해간다. 어느 순간 돈 잘 버는 직장을 찾다가,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서는 취직만 되면 행복할 수도 있다.
과연 지금 나는 어린 시절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가졌던 꿈을 향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반문해본다. 연극인의 길을 선택하고, 연극을 위해 열심히 살면서 지금의 위치까지 왔지만 때로는 연극을 왜 하는지, 내가 추구하는 연극이 무엇인지에 대한 목표를 잃어버릴 때가 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관객만 많이 들어오면 그냥 만족하고, 연극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연극에서 추구하려는 나의 이상을 망각할 때가 자주 있다.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 인간에 대한 진중한 탐구를 위해 고민을 많이 했고 연극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결국 관객이라는 현실 앞에 그들이 선호하는 연극으로 사고를 전환할 수밖에 없다.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인간의 아름다움과 삶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고 무수한 사회적 현상들을 표현하고 싶지만 생존해야 한다는 현실 앞에 결국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을 택하는 것이다.
지금 연극계는 정통연극이 공연되지 않는다. 많은 제작비를 들여 정통연극을 만들어도 관객들이 찾지 않으면 사라진다. 삶에 찌들려 살다 오랜만에 공연장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진지한 이야기, 골치 아픈 이야기를 누가 보려고 하겠는가. 바쁘고 힘든 세상을 잊을 수 있는 웃기고 재미있는 작품을 원하는 것이다. 연극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결정된다. 정통연극을 만드는 것은 연극인들의 몫이지만, 관객들도 이런 현상의 공범이라 할 수 있다. 자본의 흐름에 따라 상품이 만들어지는 냉혹한 자본주의의 속성을 연극도 가지고 있으니까.
지금 연극을 시작할 때의 초심이 무엇이었는가를 스스로 반성해 본다. 연극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았고 그렇게 할 거라고 생각했던 초기의 꿈과 현실 앞에서 초심과는 동떨어진 우스꽝스러운 광대가 되어가는 모습을 되돌아본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창작을 위한 준비와 훈련, 수행의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직 꿈을 포기하기엔 인생은 너무 길다. 잃어버린 꿈이지만 그 꿈을 다시 찾으려고 노력할 때 그때가 늦지는 않은 것 같다.
최주환(극단 마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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