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호의 첫 시험 항해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 나선 한국은 칠레에 0대1로 패했다. 손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은 패스의 속도와 정확성, 슛 정확성이 떨어졌으며 수비 뒷 공간이 자주 뚫리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남미팀에 8년 동안 11경기째 승리하지 못해 '남미 징크스'를 깨지 못했으며 지난해 7월 아시안컵대회 이후 네 경기째 506분 동안 무득점에 시달려 2월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 걱정을 드리웠다.
허정무 감독은 이날 전반에 3-5-2, 후반에 4-4-2 전형을 가동해 전술을 시험했다. 또 6명까지 교체할 수 있는 친선경기임을 활용, 새로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을 골고루 기용하며 기량을 점검했다. 이와 함께 선수들의 포지션 이동을 통해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활용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을 끄집어내고자 했다.
한국과 칠레는 전반에 빠른 압박을 시도, 상대에게 이렇다 할 공격을 가하지 못했고 한국은 측면 미드필더가 뒤로 처져 수비에 가담, 효과적인 공격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추운 날씨로 인해 전체적으로 몸이 경직돼 좋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오랜만에 발탁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이관우는 그에게 기대됐던 재기 넘친 패스를 구사하지 못했다.
칠레에 밀리던 한국은 전반 끝 무렵부터 잠에서 깨어난 듯 공격이 살아났다. 전반의 스리 백을 포백으로 바꾼 한국은 측면 공격이 살아나며 칠레를 위협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처음 출전한 조용형은 전반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에서 후반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고 전반부터 나선 곽태휘와 후반 교체돼 들어온 황재원이 포 백의 중앙 수비를 담당했다. 그러나 한국은 수비수 뒷 공간으로 찔러주는 칠레의 공격에 여러 차례 뚫리다 후반 9분, 페드로 모랄레스의 패스를 받아 2선에서 파고든 곤살로 피에로에게 결승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이날 투 톱의 조진수, 수비형 미드필더 황지수, 측면 미드필더 박원재, 곽태휘, 황재원 등이 첫 선을 보여 무난한 플레이를 펼쳤다. 활동량이 많은 박원재의 측면 공격이 눈에 띄었으나 중앙으로 패스가 필요할 때 측면에서 슛을 날리는 등 상황 판단이 아쉬웠다. 대표팀 주장인 김남일은 전반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다 후반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정확한 패스와 침투 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후반 중반 이후 염기훈과 박원재, 박주영 등이 공격에 나서 잇따라 슛을 날렸으나 골대를 벗어나거나 상대 골키퍼에 막혔으며 경기 종료 직전 염기훈의 크로스가 쇄도하는 김남일의 몸에 걸리지 않아 끝내 골을 뽑지 못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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