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男핸드볼도 일본 누르고 베이징行 확정

"죽어도 여한이 없다. 쿠웨이트도 출전했다면 정당한 판정 속에 꼭 이기고 싶었는데 시원한 일격을 날릴 기회가 없어져서 아쉽다." 30일 도쿄 요요기 국립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핸드볼 아시아예선 재경기에서 일본을 28대25로 누른 뒤 김태훈 대표팀 감독은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전날 일본을 꺾고 베이징행 티켓을 거머쥔 여자 대표팀과 함께 올림픽 본선 동반 진출을 확정지은 남자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첫 본선 진출을 노렸으나 한국의 벽에 막혀 숙원을 푸는 데 실패했다.

이날 승리의 일등 공신은 여자 대표팀 주장이자 수문장으로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을 견인한 오영란(36)의 남편인 골키퍼 강일구(32). 그는 당초 선배 한경태에 밀려 후보 신세였지만 이날 경기에 나서 일본의 슈팅을 17개나 막아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날 오영란은 후배들과 함께 관중석에서 남편의 맹활약을 지켜봤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처음 만난 둘은 2002년 결혼한 뒤에도 한국 대표팀의 골문을 든든히 지켰고 이번 아시아예선 재경기에서 신들린 듯한 선방을 거듭, 중동 심판의 편파 판정 속에 놓쳤던 남녀 핸드볼 대표팀의 베이징행 티켓을 되찾아 오는 데 한 몫 했다.

전반 17분까지는 접전 양상.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일본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세 차례 동점을 주고 받는 접전이 펼쳐진 가운데 전반 18분 한국은 정수영의 오른쪽 측면 돌파로 7대6으로 앞선 뒤 에이스 윤경신의 동생 윤경민이 가로채기에 성공하며 백원철에게 연결, 속공을 성공시키며 8대6을 만들었다.

전반을 14대11로 앞선 한국은 후반 들어 기세를 올렸다. 20대17로 앞선 후반 12분 정수영이 잇따라 득점을 올린 데다 이태영의 돌파로 순식간에 23대17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일본은 한국의 공격이 주줌하는 동안 4골을 만회, 한 때 23대21까지 쫓아왔지만 백원철에게 외곽슛과 돌파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한국은 주포 윤경신이 상대 전담 마크에 막혀 고전하기도 했지만 수문장 강일구의 선방에다 최고의 테크니션 백원철이 막판에 골 세례를 퍼부으며 모두 9골을 성공시켜 일본을 제압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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