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박정희 기념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링컨 기념관은 언제나 관람객들로 넘친다. 노예해방과 남북전쟁, 게티즈버그 연설 등 '자유의 화신'으로 추앙받으면서 미국 16대 대통령으로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념관에 있는 5.8m 높이의 링컨 동상은 워싱턴 기념탑과 함께 후인들을 경계하며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링컨 기념관은 기념관 자체의 상징성을 떠나 워싱턴의 명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역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사업에 정부가 국고 200여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2심 판결이 나온 후 다시 행정자치부가 서울고법의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같은 행자부 방침이 알려지자 구미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과 기념사업회 측은 "정부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과 두 차례 소송 등으로 국가적 혼란과 행정력 소모를 자초해 왔음에도 다시 소송의 길을 선택한 것은 전형적인 관료의 행태"라며 즉각 반발했다. 지역에선 현 정부가 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문제에 대해 끝까지 발목을 잡으려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가 기념관 사업 지원 의사를 밝힌 후 우여곡절 끝에 2002년 서울 상암동에 기초 터파기 공사까지 들어갔으나 땅만 파헤친 채 5년이 흘렀다.

지역에선 새로 들어설 이명박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사업지원이 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당선인도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 기념관 건립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기 때문이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상암동엔 기념도서관을 짓고 현 박 전 대통령 생가 터의 기념공원화 사업으로 이원화 필요성을 강력 제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에 맞춰 구미시도 대대적인 모금활동을 펴고 기념관 건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젠 소모적인 논란일랑 접었으면 좋겠다. 그 시대에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 있고 그런 사람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 산고(産苦) 끝의 명물 기념관을 기대해본다.

홍석봉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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