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이야기 셋-소주

40년 변함없는 소주잔 크기

우리나의 소주 역사에서 알코올 도수, 용기의 크기, 주정원료 및 제조방법, 광고모델 등 모두가 진화했으나 지난 40여 년동안 전혀 변함없이 지조(?)를 지켜오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소주잔의 크기. 이 때문에 소주잔은 이제 한약 등 건강재를 마실때 기준(소주 한 잔 분량 등)으로 삼고 있을 정도가 돼버렸다.

약 700년 전인 고려 충렬왕 때 몽골군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1924년 35도, 1964년 30도 등 80년대 까지 30도의 '독주'에서 1998년 23도, 2000년 22도, 2004년 이후 21도, 2006년 19.5~19.8도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접어들어서는 16.9도, 17.9도 등으로 더 순해졌다.

소주병의 크기와 색상, 디자인도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또 해방 이후 소주산업은 정부의 식량정책 등 환경적 여건에 의해 사용원료 및 제조방법도 여러 차례 변했는 데 1965년 양곡관리법 시행으로 소주의 원료 대체가 불가피해지면서 전국의 증류식 소주업체들이 희석식 소주업체로 전환한 이후 1970년에는 희석식 소주회사가 254개에 이르기도 했으나 주류회사 통폐합으로 1977년엔 각 도별로 1개씩 전국에 10개의 희석식 소주업체만 남게됐다.

광고도 1959년 애니메이션 CF(진로)로 시작, 1990년대로 오면서 이영애·황수정·박주미·김정은·김태희·성유리·이보영·정다영 등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톱 스타' 미녀들을 잇따라 모델로 등장시키고 있다.

이렇듯 알코올 도수와 소주 원재료 및 제조방식 등은 시대의 흐림에 맞게 발전하고 있지만 오로지 소주잔 만은 40여 년간 같은, '한 모금을 담은' 크기로 애용되고 있다.

그러면 왜 소주잔은 예나 지금이나 크기가 일정해 주량 많은 사랑이나 적은 사람이나 똑 같은 크기의 잔으로 마셔야 하는 걸 까? 이런 의문에 대해 주당들은 스스로 ▷알코올 도수가 높기 때문에 작다 ▷거품이 없기 때문에 작아도 된다 ▷입안에 머금었을때 의 한모금 용량을 정확히 잰다음 만든 것이다 ▷한 모금으로 마셨을때 소주 맛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 마시기 편하기 때문 이다 ▷더 크면 질려서 못마신다 ▷소주회사의 상술 때문이다 등으로 해석하며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성인 남성이 향유하는 술로 인식됐던 소주가 요즘에는 젊은층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면서 소주 한 병(360㎖)을 7잔으로 나눠마시던 것에서 8잔으로 세분화하는 추세를 맞고 있는 가운데서도 소주잔 크기는 꿈쩍없이 버티고 있는 것은 소주 소비자들이 현재 크기의 잔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대구의 소주업체인 (주)금복주가 지난해 1월 알코올 도수를 낮춘 '참소주 블루(17.9도)'를 출시하면서 현재의 소주잔(59㎖) 보다 사이즈가 더 작은(56㎖) 잔을 판촉용으로 돌렸으나 냉대를 받았다.

대구 달서구 호림동의 한 음식점 주인은 "소주잔은 현재의 크기가 가장 알맞다."면서 "잔이 더 크면 질려서 못마시고 작으면 감질나서 못마신다는 게 손님들의 전반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술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주)금복주의 신영휴(63) 부사장은 "소주의 역사와 함께 하며, 1960~70년대엔 주점은 물론 가정의 주요 재산이 됐을 정도로 귀한 취급을 받았던 소주잔은 아마 소주가 존재하는 한 같은 크기로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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