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모던 레트로'…먹는 장사, 달라야 산다

"외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 전략밖에 없습니다."

시작하기는 쉽지만 성공하기는 어려운 외식 창업시장에 '모던 레트로(Modern Retro)' 열풍이 불고 있다. 모던 레트로란 상품이나 메뉴 자체는 과거로 회귀하는 반면 인테리어 등에서 현대적인 멋을 살리는 것이다. 대구 창업시장에서 모던 레트로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식당 두 곳을 찾았다.

?▶카페같은 횟집

대구시 수성구 들안길에 있는 횟집 '어부와 통영바다'를 찾는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지난해 10월 개업한 이 식당은 일반 횟집의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로 착각할 정도이다. 입구 벽은 기존 담을 허물고 대리석과 대나무로 장식했다. 출입구는 철골과 나무로 마무리하고 흰색을 칠해 깔끔하다. 밤에는 은은한 네온불빛이 켜진다. 내부는 유리와 대리석 자재를 사용했고 붉은색을 사용해 컬러풀한 느낌을 준다.

주인 최동곤(44) 씨는 "깨끗하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회를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했다."면서 "기존의 횟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분위기만 일반 횟집과 다른 것이 아니다. 메뉴 구성도 기존 횟집과 차별화시켰다.

"대부분 횟집들에 가보면 반찬의 가짓수가 많은 반면 먹을 것이 별로 없습니다. 먹고 나서도 모자란다는 손님이 많죠. 그래서 먹을 것만 내면서도 기존 횟집에서 접할 수 없는 대구찜과 아귀수육 등을 추가했습니다."

최 씨는 손님들의 젓가락이 가지 않는 메뉴는 과감히 식단에서 제외시켰다. 매운탕도 차별화시켰다. 일반 횟집에서는 회를 뜨고 남은 뼈로 요리하지만 매운탕용 생선을 따로 구입해 내놓는다. 그는 "매운탕은 생선으로 요리하는 것이지 생선뼈로 끓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식당의 최우선 과제는 맛이다. 그는 산지에서 직접 구입한 자연산만 취급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다른 횟집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고등어회가 인기다. 그는 "가격은 모듬회가 5만~9만 원으로 일반 횟집보다 비싼 편이지만 가격은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가격이 비싸다라는 의미는 주관적입니다. 가격만족도가 더 중요합니다. 먹어본 손님들 대부분은 음식에 비해 가격이 싸다고 말합니다."

※ 차별화 전략

▷세련된 분위기→깨끗하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회를 즐긴다.

▷메뉴의 간소화→기존 횟집에서는 먹을 수 없는 아귀찜과 아귀수육 추가

▷가격 만족도가 중요→'비싸다, 싸다.'는 주관적이다.

?▶레스토랑 같은 한정식

대구시 수성구 수성못 유원지 부근 한정식 식당인 '나인웰'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착각하기 쉽다. 외관은 레스토랑이지만 이 식당의 메뉴는 한정식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듯한 조합이다.

주인 이원세(37) 씨는 지난해 6월 기존 레스토랑을 인수해 내부와 테이블을 밝은 색으로 바꿨다. 이 씨가 가장 주력한 것은 대상 고객층이었다. 그는 40대 이상 여성들을 주고객층으로 설정했다. 그는 "여성들에게 식당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이제는 전체 고객의 70% 이상이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이 식당은 9가지 요리만 낸다. 그는 "기존 한정식 집에서는 음식 가짓수는 많은 반면 실제로는 먹을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음식은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요리한다. 가격은 낮에는 1만 6천 원, 저녁에는 2만 원이다. 메뉴는 한가지 밖에 없다. 다른 한정식에 비해 비싼 편이지만 음식이나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고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도 좋지만 한가지 메뉴만 고집하면 손님들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장점이 됐다."고 웃었다.

이 식당의 후식도 독특하다. 원두커피와 오렌지 주스, 녹차, 조각케이크 등이 제공된다. 찻집처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는 "외식업은 누구라도 창업할 수 있지만 예비 창업자들은 운영에 대한 노하우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즘 식당들은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들을 잡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타깃층을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많은 고객을 유치하려다 모두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명의 고객만 제대로 공략하면 많은 고객을 잡을 수 있습니다."

※ 차별화 전략

▷40~60대 여성 고객층 공략→식당은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메뉴는 단 한가지로→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레스토랑 분위기→식사 후 담소를 즐길 수 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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