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 무대에서는 고졸 신인들을 더 선호하고 있다. 체계적인 훈련과 더 많은 경기 경험을 일찍부터 쌓게 할 수 있어서다. 삼성 라이온즈도 대졸 신인들보다 우동균, 최원제, 김경모, 김건필 등 고졸 선수들을 먼저 지명했고 자연히 스포트라이트도 이들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대졸 신인 허승민(21·건국대)과 이영욱(22·동국대)이 이같은 인식을 뒤집어 놓을 태세다.
허승민과 이영욱은 '10대들에게 질 순 없다.'는 각오로 괌 전지훈련에서 이를 악문 채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고졸 신인들이 재능 있고 훌륭한 선수들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저희 입장에서 기분이 좋을 리는 없죠. 지명 순위 만으로 따지기엔 너무 이릅니다. 결과는 아직 모르잖아요. 열심히 하면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허승민은 삼성의 지명을 받기까지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2차 지명 선수가 결정되기 3~4개월 전부터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 가족과 주위 분들의 기대 때문에 불안감이 더 컸다."며 "훈련 중 살짝 자리를 빠져 나와 휴대전화로 지명 사실을 확인하곤 몰래 울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구장 안에서는 라이벌이지만 밖에선 친한 사이라고 밝힌 허승민과 이영욱은 여러모로 닮았다. 대학 때 포지션이 모두 중견수이고 왼손잡이다. 이종두 타격 코치에 따르면 발이 빠른 데다 스윙 스피드가 좋지만 변화구 대처 능력이 부족한 점도 같다. 다만 기습번트 능력이 뛰어난 허승민(176cm, 72kg)보다 이영욱(180cm, 80kg)이 체구가 큰 덕분인지 힘은 더 뛰어나다.
올 시즌 삼성의 외야 수비는 강한 편이 아니다. 이들에겐 비집고 들어갈 좋은 기회인 셈. 외야 수비를 지도하는 김평호 코치는 "허승민은 빠른 발, 강한 어깨, 폭넓은 수비 범위를 갖췄고 이영욱은 외야수 중 송구 능력이 가장 뛰어날 정도"라며 "송구할 때 팔이 옆으로 내려와 정확도가 떨어지는 점(허승민), 타구 판단이 늦는 점(이영욱)을 고쳐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허승민은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매리너스), 이영욱은 힘과 기교를 겸비한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을 닮고 싶어 한다. 대주자, 대수비 백업 요원으로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는 코칭스태프의 전망을 감안할 때 이들이 이치로와 이승엽에 견주려면 갈 길은 한참 멀다. 그래도 그런 꿈이 있어 힘든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다.
"1군 무대에서 뛰어볼 수 있다면 주전이든 백업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우리 이름 석 자를 기억해주세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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