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진정한 용기

齊(제)나라의 북궁유는 담대한 사람으로 유명했다. 칼에 찔려도 꿈쩍하지 않았고 바늘로 눈을 찔리면서도 눈 한 번 깜빡거리지 않았다 한다. 하지만 자신이 조금이라도 모욕을 당할 경우 상대방이 그누구든 가리지 않고 반드시 보복을 했다. 孟施舍(맹시사)도 용기 있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반드시 이길 것처럼 대들었고, 어떤 일에 부딪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다.

분명 이 두사람은 보통 사람이 따라가지 못할 용기를 가졌다. 하지만 북궁유는 작은 모욕에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고, 맹시사도 용감하기는 했지만 사물의 도리나 변화의 이치에 대해서는 어두웠다.

무릇 용기는 양심과 정의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자칫 용기가 방향을 잃으면 만용과 객기가 되기 쉽다. 진정한 용기는 고통 앞에서도 자신을 정직하게 드러낼 때 빛을 발하지 않을까.

30일은 독일 나치 정권의 아돌프 히틀러가 집권한 지 75주년 되는 날이었다. 앞서 28일 베른트 노이만 독일 문화부 장관은 베를린에 두 개의 기념물을 새로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나치 시절에 희생된 집시(Gypsy)들과 동성애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물이다. 당시 "고등인종인 아리안 민족의 피가 하등인간의 피와 섞여서는 안된다'는 히틀러의 주장에 따라 수많은 유대인'집시 등과 수천 명의 동성애자들이 학살됐다. 600만 명이 희생된 유대인의 경우 지난 2005년 베를린에 문을 연 '홀로코스트(Holocaust) 기념관'으로 만 분의 일이나마 한을 풀게 됐다. 그러나 힘 없고 '빽' 없는 집시들, 정신병자로 분류돼 희생당한 수천 명의 동성애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물은 없었다. 지난 1985년 당시 바이체커 독일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를 언급한 데 이어 1996년 헤어초크 대통령이 다른 주변 희생자그룹도 생각하자고 제안한 것이 이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강조했듯 대부분의 나라들은 영광스러운 역사만 선전하는 데 반해 독일은 거꾸로 수치스러운 과거를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대대손손 남을 '수치 기념물'을 만들면서까지.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하고 조작하려 드는 일본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독일의 진정한 용기가 아름답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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