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다. 예전 같은 설렘은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밥상을 맞을 수 있는 때다.
하지만 대충 장을 봐서는 식구들이 감탄하는 밥상을 만들어낼 수 없는 법. 설 장보기, 어떤 물건을 골라야 할지,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 '고수들의 조언'을 구해봤다.
◆한우 고르는 법 익히세요
경북도와 영남대 등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경북한우클러스터사업단이 출시한 한우 브랜드 '참품한우'의 이동근(31) 육부 부장. 만 6년 동안 한우를 만져온 그는 빛깔과 마블링부터 한우는 다르다고 했다.
"한우는 선홍빛을 나타냅니다. 마블링도 굵지 않고 촘촘하지요. 그런데 고기가 덩어리째 들어오면 약간의 지식만 갖고 있어도 한우와 수입소를 구분할 수 있지만 가공을 해버리면 전문가가 아닐 경우, 구분하기 힘듭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죠."
이 부장은 솔직히 수입소를 한우로 속여 파는 경우도 종종 봤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조심해야한다는 것.
그는 요즘 한우 인증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인증서가 있는 업체를 이용한다면 소비자들도 절대 속을 염려는 없다고 했다. 인증을 받은 한우는 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어떤 것을 먹고 자랐는지까지 추적한 것이므로 맛은 물론, 다른 부가적인 사항까지 믿을 수 있다는 것.
"미식가라면 수입소는 누린내가 나고 씹히는 맛이 덜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더욱이 수입소고기는 수송기간이 길기 때문에 육즙이 많이 빠져나옵니다. 육즙이 많이 빠졌다는 것은 그만큼 영양소가 달아났다는 것이죠. 단백질이 풍부해 성장기에는 소고기만큼 좋은 식품이 없는데 수송과정에서 육즙이 빠져버리면 영양소도 그만큼 반감됩니다."
그는 제사상엔 '설도(엉덩이쪽 살)'가 많이 쓰인다고 했다. 불고기용으로 좋아 설에 가장 많이 나간다는 것. 여러 곳에서 모인 가족들을 위해 특별한 맛을 준비하려면 소고기 중에서는 등심이 최고라고 했다. 또 연한 고기를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해서라면 치맛살이나 주먹시, 안창살을 드리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또 소고기 그대로의 맛을 느끼려면 육회가 최고라는 것이 이 부장의 설명.
한편 그는 제사상에 올리는 돼지수육의 경우, 우윳빛이 도는 돼지고기를 고르라고 귀띔했다. 우윳빛이 진할수록 신선하기 때문.
◆수산물은 가공이 중요합니다
대백프라자 식품팀에서 만 15년 동안 수산물을 담당해 온 윤종일(40) 대리는 수산물은 가공을 가장 잘하는 곳에서 골라야 한다고 했다.
"상어돔배기는 힘줄이 없는 것을 골라야합니다. 힘줄이 없다는 것은 포를 잘 떴다는 것이죠. 가공 실력이 뛰어난 곳에서 사와야 차례상에 얹고 난 뒤 후회를 하지 않습니다."
윤 대리는 조기의 경우, 외형에 손상이 없는 것을 골라야하고 배부위가 도톰한 놈을 선택하라고 했다. 또 노란색을 띠는 것이 좋다는 것.
"예전엔 조기에 물감을 입히는 사례가 있었다지만 요즘은 이런 행위는 사라졌습니다. 백화점 또는 재래시장의 평소 단골집에 가면 원산지를 속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수산물에 대해 원산지 표시 여부를 강화하는 조류여서 이를 감안한다면 좋은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문어는 짝다리를 조심하라고 했다. 다리 한두 개가 달아난 문어가 종종 있다는 것. 또 문어는 와인색깔이 나야 제대로 삶긴 것이라고 했다.
"마른 오징어는 흰색깔의 분이 너무 많으면 신선한 것이 아닙니다. 분이 많다는 것은 건조한 뒤 상온에서 오래 보관했다는 의미입니다. 분이 적어야 신선한 물건입니다."
명태포는 몸통 부분을 잘라놓은 것을 골라야하는데 머리나 꼬리 부분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확인하라고 그는 말했다.
"사실 일반 주부들은 뭐가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죠. 제도를 잘 활용하면 됩니다. 우선 김이나 미역 등은 생산자 실명제가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어촌계에서 나오는 제품은 생산자 실명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습니다. 이름에 대한 책임을 지는 풍토의 반영이라 실명제를 하고 있는 물건은 일단 믿어도 됩니다."
그는 올 설 차례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주력 상품의 가격은 전년과 비슷해 수산물 장바구니는 다소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입산 속지 마세요
"농산물은 수입산과 국산을 구별하는 요령을 알아야 속지 않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제수용 농산물은 설 하루이틀 전에 구입하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동아백화점 수성점에서 9년 동안 농산물을 담당해온 여환길(34) 대리는 "제사상에서 빠질 수 없는 고사리와 도라지를 살 때는 주부들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면서 "꼼꼼하게 살펴보면 누구라도 속지 않고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사리는 절단 부위가 매끄러우면 수입산입니다. 절단 부위가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하면 국산입니다."
수입산은 낫을 사용해 채취해 잘린 면이 예리하지만 국산은 손으로 끊어낸 탓에 고르지 않다는 것이다. 또 토종 고사리는 일단 대가 가늘고 색이 연하지만 중국산이 대부분인 수입산은 국산에 비해 대가 곧고 굵고 매끈하며 색이 짙은 것이 특징이라고 그는 말했다.
또 도라지는 도톰하면서도 너무 억세지 않은 것이 국산이고 수입산은 크기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유난히 하얀빛을 띠는 것이 많다는 것. 여 대리는 "수입산은 표백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피하고 노란빛이 도는 것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와 고구마는 모양이 예쁜 것을 고르라고 했다. 무는 통통한 것이 맛은 좋지만 제수용으로는 타원형이 적당하다는 것. 썰었을 때 모양이 좋기 때문이다.
전을 부칠 때 사용하는 부추와 배추를 고를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추의 경우 잎 두께가 적당하며 길이는 20cm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배추는 잎이 두꺼운 김장배추보다 껍질이 얇고 통통한 것을 골라야 맛이 좋고 요리하기 편하단다.
그는 시금치를 고를 때는 따뜻한 남해산보다 포항산이 더 낫다고 조언했다. 포항산은 찬 동해의 바람을 맞고 자랐기 때문에 영양분이 많아 맛이 좋다는 것이다.
"남해산과 포항산은 뿌리의 절단부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포항산은 뿌리를 완전히 잘라내지만 남해산은 뿌리를 남겨둡니다." 뿌리를 잘 먹지 않는 포항지역의 관습이 상품의 특성으로 발전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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