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것'만 바라보면 설렘이…추억의 사진첩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 어린 시절의 자녀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두지 않았다면 자녀에게 무관심했다는 뜻이다. 가족에게 사진은 연대기이고 사진첩은 가족의 역사책이다. 한 가족의 44년 역사가 담긴 사진첩을 들여다봤다.

▲흑백 약혼사진 가장 아껴

대구시 중구 동산동에서 42년째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홍로(70)·민완기(67) 씨 부부. 두 사람은 지난 1964년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당시 두 사람의 나이는 각각 27, 24세. 이 씨는 "당시 신부가 맑고 명랑해서 첫눈에 반했다."고 했고, 민 씨는 "남편은 말랐지만 군인 제복이 잘 어울렸다."고 했다. 당시 두 사람의 모습은 손바닥 반만한 흑백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약혼 사진은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입니다. 당시에는 사진이 귀한 시대였기 때문에 많이 찍지 못했습니다."

약혼 사진에서 이 씨는 제복을, 민 씨는 한복을 입고 있다. 두 사람은 10개월 뒤 결혼했다. 결혼 사진은 충북 음성 신부집에서 찍은 것이다.

"왜 족두리를 안 했지?" 부인의 말에 남편은 "결혼식 끝나고 찍은 사진이잖아."라고 대꾸한다. 옛 사진을 보는 두 사람은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

첫딸을 낳은 1966년 여름 동화사에 나들이 가서 찍은 사진이 눈에 띈다. 초가집이 당시의 시대 배경을 말해준다. 민 씨는 "놀러간다고 여름 한복을 골라 입었다."고 웃었다.

많은 사진 속에서 민 씨는 두 아이를 데리고 수성못에 놀러가 찍은 사진을 골라냈다. 1969년 여름에 촬영한 것이다. 지금의 수성못과는 다른 모습이다. 민 씨는 "당시에 수성못은 가족 나들이 장소로 인기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1970년 달성공원에서 세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흑백사진 속에서 부부는 각각 아이를 안고 있고 큰아이는 혼자 서 있다. 나들이에 지쳤는지 아이들은 피곤한 모습이다.

▲사진은 인생의 그림일기

사진 속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사진은 흑백에서 컬러로 바뀐다. 빛 바랜 컬러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네 귀퉁이가 타원형으로 둥근 사진이다. 당시에 유행했다고 한다. 1974년 네 남매가 나란히 이불을 덮고 TV를 보고 있는 사진이다. 이 씨는 "TV를 산 뒤 네 남매가 이불을 덮어쓰고 시청하는 모습을 몰래 찍은 것"이라면서 "아이들이 입고 있는 겨울옷은 부인이 직접 뜨개질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인생의 그림일기입니다. 저녁시간에는 사진을 꺼내놓고 옛 추억을 되짚어보고 명절에는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서 보곤 하지요."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사진 잘 찍는 방법

해마다 한 장씩 가족사진을 찍어둔다면 가족의 역사와 추억이 된다.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즐거운 사진 찍기 방법을 알아봤다.

◆건강하고 밝은 표정을 잡아라=카메라와 조명, 작은 소파나 예쁜 의자가 있다면 가족사진 촬영 준비는 끝난 것이다. 중앙에 부모가 앉고 주변에 자녀들이 서는 것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아이가 있다면 부모는 소파 끝에 나란히 앉고 아이들은 그 옆 바닥에 앉으면 안정감 있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중심으로 주위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찍는 것은 아주 보편적인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건강한 모습과 밝은 표정이다.

◆환하고 넓은 장소가 좋다=곧 설 명절이다. 이때 가족 추억사진을 찍어보자. 차례상을 물리고 병풍을 이용하거나 커튼을 배경으로 삼아 셔터를 눌러도 된다. 조명은 자연광이 가장 좋다. 만약 빛이 부족하다면 카메라의 플래시를 이용하거나 집안에 있는 스탠드 조명을 활용해 골고루 빛이 퍼지도록 한다.

◆추억을 공유하자=찍은 사진은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 올려 추억을 공유하자. 가족신문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디지털 카메라로 찍더라도 인화해서 가족들에게 나눠주면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모현철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