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 열면 사람 훈기가 나던 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사한 지 3개월 동안 아는 사람이라곤 한 사람도 없었다. 근처 사는 고향친구 집으로 놀려가야 했고 아니면 집안에서 청소나 하면서 보내기 일쑤였다.
시간은 그래도 흘렀고 쓰레기 분리 수거하던 날 우리 라인에 사는 분을 만났다.
반가움에 커피 한잔을 나누며 우린 친구가 되었다. 우린 3층, 친구네 집은 10층.
콩 한쪽도 나눠먹고 싶은 친구이기에 호박부침개라도 하는 날이면 배달하기 바빴다. 모이면 수다에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음식을 들고 올라가기 바쁠 때는 수화기를 들고 "지금 엘리베이터에 수제비 실려 올라가요." 그럼 10층 친구는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서성이다 배달되는 수제비를 받아 가기도 했다.
잔머리를 써 빈 엘리베이터에 수제비 한 그릇만 올려 보낼 때면 혹시나 올라가는 도중 사람이 차버리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면서 우리는 두터운 정으로 이웃사촌이자 친구가 되었다.
힘들 때나 좋은 일이 있을 때 늘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좋은 친구가 지난가을 조금 떨어진 아파트로 이사를 가버렸다.
있을 때 몰랐는데 10층 숫자만 보면 활짝 웃던 친구가 생각난다. 지금은 말로 못다 한 수다를 이메일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 친구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
이유진(대구시 북구 복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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