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구니요시 日 요코하마 도시디자인실장

"동대구로, 대구상징 삼을 훌륭한 공간"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도시 디자인 구축과 도심 재창조 사업에 팔을 걷어붙인 대구시가 해외 선진도시의 경험을 듣기 위해 전문가를 초청했다. 일본 요코하마시 도시디자인실장인 구니요시 나오유키(63) 씨. 와세다대학에서 건축학 석사를 취득한 뒤 1971년 요코하마시에 들어가 37년째 이 분야에만 매달리고 있는 요코하마 도시디자인의 산 증인이다. 요코하마는 40년 가까운 도시디자인 사업을 통해 낙후된 도심을 새롭게 창조하고 기반시설을 재정비, 도쿄에 이어 일본 두 번째 도시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대구시청 직원들과 지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구니요시 씨는 행사 이틀 전 대구에 와 곳곳을 둘러보며 강의를 준비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요코하마 도시디자인과 재정비 사업에서 가장 고려한 측면은 무엇인가.

▶방문한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공간이 될 수 있고, 활력을 느끼도록 하면서, 역사와 미래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컨대 역사적인 건축물은 단순히 보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서 활용하는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 요코하마의 경우 주요 건축물의 외벽은 전통적 가치를 추구했지만 내부는 현대적으로 바꾸었다. 단순한 보전은 박물관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시민들의 이해가 부족하거나 비협조적인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해결했나.

▶시민들은 여러 가지 반응을 보였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졌다. 내용을 잘 모르면서 무작정 반대하는 사람과 어느 정도 내용을 알면서 자신의 의견을 갖고 반대하는 사람이다. 반대만 하는 사람들은 기계적으로 대처했는데 다른 시민들이 오히려 그들을 말려줬다.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입장을 조율해서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37년간 근무했다면 요코하마 도시디자인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점이 어려웠나.

▶시장이 바뀔 때마다 우여곡절을 겪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새 시장은 자신의 독자적 사업에 주력하기 때문이다. 도시디자인은 30년 정도는 지속해야 틀이 잡히는데 시장에 따라 중요도가 달라지니 참 걱정스러웠다. 지금까지 4명의 시장을 거쳤다. 처음 시장 때 도시디자인팀을 구성했는데 두 번째 시장은 정치 노선이 다른 사람이어서 앞 시장이 만든 기구들을 냉대했다. 팀의 최상급자가 사직까지 할 정도였다. 당시 나는 하급 실무자였기 때문에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2년 정도 지나고 나니 많은 시민들이 언론을 통해 도시디자인팀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들을 했다. 지역경제계도 그런 주장을 신문에 실었다. 시장의 눈길도 자연스레 달라졌다.

-대구의 인상은 어떤가.

▶대구는 도심만 봐도 역사가 있는 도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도심부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본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나 제일교회 등을 부각시키면 좋을 것이다. 동대구로는 대구의 상징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공간이다.

교외의 고층아파트들이 너무 천편일률적인 게 문제다. 지역별로 특징을 만들어야 한다. 이대로 간다면 방문객들에게 대구는 단순히 주택만 있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줄 것이다. 주택을 만들어도 지역 특성에 따라 주위와 어울리도록 개성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대구는 독창적인 게 없다. 가령 부산은 항구, 광주는 문화 등의 인상이 뚜렷하다. 패션도시를 추구하는 컬러풀 대구라면 아파트를 하나 지어도 더 화려하게, 실험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

-도시디자인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요코하마시는 시민들과 함께 바꾸어왔다. 행정기관이 주도해도 시민이 참여하고 자율적으로 앞장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도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고 도시디자인에 협력해야 한다. 이런 인식이 있어야 도시디자인의 완결이 가능하다. 대구시도 작은 프로젝트부터 시민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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