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공천갈등 파문으로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았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에게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또 한번 역할을 했다. 선거 때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섰던 이 부의장이 공천갈등이라는 복병을 만난 이 당선인을 구하는 데 또다시 도우미 역을 한 것이다.
지난달 23일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으로 공천 갈등의 고비를 넘는 듯했던 이 당선인은 '부패 전력자의 공천 신청' 불허 규정이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다 강재섭 대표가 당무 거부에 이어 이방호 사무총장 사퇴라는 강수까지 둬 사태 해결의 길은 막막했다. 자칫하면 강 대표나 이 총장 중 한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 이 부의장이 소방수 역을 맡았다. 이 부의장이 강 대표의 심야기자회견 정보를 입수한 것은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께. 나경원 대변인과 박재완 대표비서실장을 강 대표 자택에 보내 "너무 나가면 안 된다. 타협의 여지를 남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어 반대편의 이재오 의원에게는 전화로 '함구령'을 내렸고 논란 당사자인 이 총장에게는 강 대표에 대한 사과와 화해를 주문했다. 이어 2일에는 안상수 원내대표를 만나 벌금형 전력자도 공천신청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도록 했다. 강 대표가 1일 자택을 찾은 이 총장과 화해를 하고 최고위원회의가 당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결론낸 것은 이 부의장의 이런 노력 때문이었다.
이 부의장은 사실 이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명박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내가) 얼마나 시달릴꼬…"라는 말을 자주 입에 올렸다. 당내 문제로는 친박의원들과의 권력다툼이, 당 바깥으로는 자신의 지역구 출마 문제가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천갈등을 수습하는 데 이 부의장이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이 수그러들고 있는 양상이다. 대선 후보 경선 때 경선룰 협상이나, BBK특검법 수용을 끌어내 대선 승리를 이끌어낸 데 이어 대선 이후에도 당내 갈등의 소방수역을 무리 없이 소화해 이 부의장 역할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이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이 부의장 역할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향후 이 부의장의 행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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