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 지역 건설업, 枯死시킬 작정인가

'지방화 시대'에 지역이 홀대받는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역 건설업체들의 현 주소를 보면 과연 '지방화'라는 구호가 존재하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든다. 90년대만 해도 지역에서는 청구 우방 보성 화성 서한 등 번듯한 주택건설업체들이 즐비했다. '2군 업체'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경쟁적이었다. 그런 건설시장이 불과 10여 년 만에 자취를 감춘 것은 대구 경북 지역경제의 '초토화'를 대변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 경제를 주도해온 3대 축은 섬유'건설'유통이었다. 그런데 섬유나 유통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지역의 주택건설업체들이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진 지는 오래됐다. 당장 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를 보더라도 지역 업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름도 낯선 외지업체들이 안방을 점령했는데 그 이름들이 이미 지역민들의 귀에 익숙해질 정도가 됐으니 지역경제가 얼마나 죽을 쑤고 있는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지역 건설공사의 80%를 외지업체에 뺏기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지역 업체들이 시공능력평가에서 외지 1군 업체들에 크게 뒤져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일선 시군의 관공서 인쇄물 하나를 수주받으려고 해도 그 지역 업체라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하물며 대형 건설공사에 '시장 논리'만을 앞세워 이미 배가 부른 외지업체와 허물어진 지역업체를 동일 선상에서 경쟁시키는 것은 '지방화'에 역행하는 처사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전통 산업을 살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들은 조금만 물을 주어도 회생이 가능하다. 진정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무엇인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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